[단독인터뷰] 이목희 "경사노위 판 걷어찬 건 온당치 않아…노사정 대타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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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주진 정치부장·정리=최신형 기자
입력 201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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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단독 인터뷰

  • 구조화된 불평등 '비영합 게임'으로 가야

  •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덴마크모델'이 대안

  • 勞든 使든 국민 뜻 거부 땐 설 자리 없다

정곡을 찔렀다. 한마디 한마디가 폐부 깊은 곳을 관통했다. 여의도 전략통 특유의 균형감각은 유지하면서 노·사·정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얘기다. 일자리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1호 업무지시에 따라 2017년 6월 공식 출범했다.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은 정부의 혁신성장에 대해 "속도가 늦었다"고 꼬집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롯한 일부 노동계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판을 걷어찬 데 대해선 "온당치 않다"고 꼬집었다. 노동개혁을 주문하는 경영계를 향해선 "사회 안전판을 만들 책임도 나눠야 한다"고 충언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 사회의 '구조화된 불평등'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해법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승자독식, 즉 적대적 경쟁이 아닌, 쌍방이 모두 이익을 얻는 비영합게임(nonzero-sum game)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원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양보를 노·사·정에 주문했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


극단으로 치닫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도 '유연안정성'의 덴마크 모델로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덴마크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유연하게 허용하는 대신, 실업급여로 종전 소득의 70%를 최대 2년간 지급한다. 훈련수당을 통한 구직활동도 지원한다.

반면 우리 실업급여 현실은 열악하다. 이 부위원장은 "사회적 양극화로 벼랑 끝에 선 이들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에 경영계도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실에서 주진 본지 정치부장과의 대담형식으로 1시간가량 진행했다.

◆"민간일자리 53만개 창출··· 청년대책 곧 발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손쉬운 일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일자리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9.0%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21.3%다. 절반도 채 안 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민간 부문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민간 일자리 53만개 창출 로드맵도 그런 고민에서 만들었다."

-26만3000명 늘어난 올해 2월 취업자 수를 둘러싼 해석이 제각각이다. 일각에선 노인 등의 일자리 수 증가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평가절하한다.
"지난해 2월 신규 취업자 증가가 적었던 '기저효과'와 노인 일자리와 농림어업 취업 증가 등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다만 고용 상황은 단순히 신규 취업자 수뿐만이 아니라 고용률과 실업률, 임금 노동자와 상용 노동자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청년실업률 문제도 심각하다. 일자리위원회 차원에서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있나.
"문제는 '일자리 미스매치'다. 그 간격을 좁혀야 한다. 대학과 취업 사이의 기간이나 추가 교육도 문제다. 그 간격을 메우는 '사람 중심 투자의 확대', 직업훈련 혁신', '군장병 복무 후반기 취·창업 교육 및 학점 취득'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文 혁신성장 행보, 더 늦으면 미래 없다는 것"
-문 대통령이 신년 들어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경제기조 전환으로 받아들여도 되나.

"정책 기조의 전환은 아니다. 지난해 5월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문 대통령이 '다른 나라는 뛰어가는데, 우리는 걷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혁신성장의 각론이 빈약했다. 목표는 있는데 전략이 없었다. 지금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바이오·헬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산단 등으로 내용을 채웠다."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노동계가 탄력근로제 등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


-집권 초반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논쟁만 하다가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성장 추진 초기에는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 혁신성장을 하면 한쪽에서는 일자리는 줄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증가한다. 나중에 가서는 없어진 일자리보다는 창출된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지, 소득주도성장 등을 추진했다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다."

-노동계의 불참으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표류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인식이 낮다. 노·사·정 타협은 기본적으로 주고받기다. 탄력근로제만 해도 그렇다.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한 세계적인 흐름이 아니냐.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다만 정부가 탄력근로제를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을 조화롭게 논의하는 전략·구조를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쉽다."

◆"勞든 使든, 국민 뜻 거부 땐 설 땅 없다"
-경영계 등에선 문재인 정부가 노동유연성 확대 등 노동개혁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법은 '유연안정성' 모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선 노동안정성이 그만큼 상응해서 높아져야 한다. 선진국에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없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수준은 아니더라도 노동안정성 강화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

-노동이나 일자리 문제 등을 둘러싼 극단적 진영논리가 출구전략을 막고 있다.
"노든 사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면 설 땅이 없다. 이것은 분명하다. 노·사·정 모두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겠다는 곳이 많은데.
"다 하겠다고 한다. 전북 군산, 경북 구미, 대구, 경남 거제 등등. 광주형 일자리를 성사시키는 데 4년 넘게 걸렸다. 처음이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일자리 모델의 '준거 틀'이 되지 않았나. 이제는 기간이 엄청나게 단축할 것이다. 1개 지역은 상당히 전망이 보이고 올해 상반기 내 2∼3개 지역이 추가로 나올 것이다."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역 돌봄 사업을 통해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김세구 기자 k39@]


-일자리위원회 차원에서 여성 일자리를 위한 정책도 준비하고 있나.
"내년부터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돌봄 사업을 대대적으로 할 예정이다. 선진사회 시스템 도입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 이 정부 내에 완전한 틀을 갖추겠다. 지역돌봄 일자리의 다수는 여성, 특히 경력단절 중년 여성에게 돌아간다."

-올해 한국 경제가 주목할 대외 변수가 있다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요인 변수가 많다. 미·중 무역전쟁,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경제전망치 하향 조정,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대표적이다. 가장 중요한 미·중 무역전쟁의 경우 양국 정상 회담을 통해 강대강 충돌을 피하는 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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