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개성공단서 함께 일한 근로자가 北조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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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강정숙 기자
입력 2018-08-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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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상봉단이 북측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으로 출발하는 차량에 올라타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6~7년 전에 개성공단에서 북한 인부 15명을 데리고 목수로 일했는데, 그 중 한명이 이번에 만나게 되는 조카와 이름도 같고, 나이도 비슷합니다."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열리는 1차 상봉단에는 개성공단 내에서 가족인지도 모른채 같이 일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연자가 있다.

김종태(81) 할아버지는 20일 금강산에서 북쪽에 사는 형수 정공주(81)씨와 조카 김학수(56)씨를 만난다.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북쪽의 큰형 영태씨의 배우자와 아들이다.

당시 17살이었던 형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번에 형수와 조카를 만나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자로 뽑힌 뒤 북측 가족의 명단을 받아본 순간 놀랐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의 금강산 행(行)에 함께하는 동생 김종삼씨는 6~7년 전 개성공단에서 북한 인부 15명을 데리고 일을 했는데, 그 중 한명이 50살 정도의 김학수(56)씨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종삼씨는 "당시 부족했던 양말과 콘크리트 못을 챙겨주곤 했었는데, 이번에 조카 명단을 받아보니 이름이 같고 나이도 비슷해 놀랐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는 파주 인근 북쪽에서 오는 인부들이 많다는 게 종삼씨 얘기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혹시 6∼7년 전 개성공단서 만난 ‘김학수’씨가 북쪽 큰 형의 아들, 종태씨와 종삼씨의 조카 김학수씨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할 생각이다.

두 김학수씨가 같은 사람이라면, 종삼씨는 개성공단에서 조카와 조우한 셈이 된다.

전쟁통에 두 살 배기 아들과 생이별한 이기순(91) 할아버지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이 할아버지는 1.4후퇴 때 헤어진 아들이 어디 살았는지만 물어보면 아들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 아들이 맞다면 여러말 안해도 하나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고 해 취재진이 어떤 질문이냐고 묻자 "너도 술을 좋아하느냐고 물어봐야지"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할아버지는 요즘에도 소수 한병반씩을 반주로 마실만큼 애주가라고 했다.

전쟁통에 자식과 부모를 모두 북측에 두고 헤어진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글썽이던 이 할아버지는 "고생한 세월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내 아들이면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서 어떻게 사셨는지 다 알거라고"말하며 곧 만날 아들을 그리며 설레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손녀도 만날 예정인 그는 “햄 등 먹을 거리와 의류, 화장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차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20일 오전 8시35분께 속초에서 금강산으로 출발한 남쪽 방문단은 이날 오후 12시55분께 금강산 호텔에 도착했고, 온정각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 3시께 헤어진 가족의 얼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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