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임금협상’ 숙제 남긴채 휴가 돌입

일감부족 등 겹쳐 노사 갈등 첨예

현대重, 유휴인력 처리 싸고 입장차

대우조선, 연내 마무리 불발 우려

삼성重, 일주일 내 타결 어려울듯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여름휴가를 맞이했다.

당초 국내 조선 3사는 여름휴가 이전에 임금협상을 타결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노사 간에 입장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실패했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30일부터 휴가에 돌입한다.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9일까지, 대우조선은 10일까지 약 2주간 휴가가 이어진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다음달 6~10일 휴가다.

조선 3사의 여름휴가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감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노사 간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휴가를 앞둔 지난 27일 담화문을 통해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강 사장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리는 가운데 우리의 주력사업도 끊임없는 체질개선을 요구받고 있다”며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우리 스스로 어려움을 나눠야만 이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낼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노사의 경우 지난 26일 올 들어 22번째 협상이자 휴가 전 마지막 협상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협상조차 하지 못했다. 앞서 21번째 협상에서 노조의 고성으로 협상장을 떠났던 사측 위원들이 22차 협상에 참석하지 않은 것.

현대중공업 노사는 해양플랜트 가동중단으로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조 측에선 조선부문 재배치와 유급 순환휴직 등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무급휴직을 요구한다.

임금 부문에서도 시각차가 크다. 노조는 7만~7만3373원의 임금인상을 원하는 반면, 사측은 임금동결에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20%의 임금반납을 제시한 상태다. 교섭과정에서 노조는 5일간의 전면파업까지 실시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사측 역시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노사도 임단협을 여름휴가 이후에 재개하기로 하고 최근 교섭을 중단했다. 대우조선 역시 사측은 10%의 임금반납을 요구하는 반면, 노조는 4.11%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시각차가 큰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휴가 이후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된 만큼 휴가 이후 조속한 타결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17대 집행부의 임기 막바지까지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연내타결이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 집행부의 임기는 오는 9월 말 종료되는데, 새 집행부 선임 후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려면 몇 주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여름휴가까지 1주일의 시간이 있지만 이 기간 동안 협상을 마무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올해 3년치 임금(2016년~2018년도)을 통합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 협의회는 휴가 이전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경투쟁과 위원장 단식투쟁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 3사 모두 가장 어려운 시기에 노사간 갈등이 심화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휴가 이후 노사가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데 마음을 모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