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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이슈] '라돈' 침대 수거에 주말 집배원 3만명 동원..."제대로된 안전지침조차 없어"

정두리 기자입력 : 2018-06-14 14:44수정 : 2018-06-14 15:53
- 자가지침 돌렸다는데 현장에선 '깜깜'...업무가중·안전불감증 ‘심각’

[사진=아주경제DB]


“집중 수거 기간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까지 안전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당혹스럽습니다. 우리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수거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 작업을 우체국 집배원이 전담하게 되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우체국 내부에서는 업무가중과 함께 안전불감증을 호소하며 불만이 극에 달한다. 과거 집배원 사망재해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우정사업본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집배원 처우를 약속했지만, 이번 사태에 제대로 된 대응책을 갖추지 못하며 또다시 비난에 휩싸이는 양상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본은 안전기준을 초과한 대진침대 매트리스 8만여개를 대상으로 오는 16·17일 양일에 걸쳐 집중 수거에 나선다. 이는 국민들에게 ‘라돈 공포’를 불러일으킨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대통령의 특별지시를 받은 국무총리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번 작업에는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운행하는 1t 트럭 3200대를 동원하고, 우체국 집배원 및 행정직 인력 3만명을 투입한다. 차량 1대당 3명 단위로 조를 짜서 매트리스 수거가 이뤄지고, 이후 대형트럭에 매트리스를 옮겨 실어 대진침대 본사에 인계한다.

우체국은 지난 11일부터 수거대상 매트리스 소유주에게 수거 안내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다음으로 매트리스를 포장할 수 있는 비닐을 가정에 배송함과 동시에, 소유주에게 사전에 매트리스를 포장해 수거 예정일에 맞춰 1층 건물 밖으로 미리 옮겨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대진침대 매트리스 집중 수거에 동원되는 우체국물류지원단 1t 트럭.[사진=아주경제DB]


문제는 우체국 집배원이 방사능 안전 대책 비전문가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본은 제대로 된 대응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어 내부 안전불감증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집배원 A씨는 “집배원도 전문가가 아닌데, 아직까지 안전지침도 공식적으로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수거 이후 인력과 차량 등에 대한 사후 소독을 진행한다고 하나 내부에서는 크게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집배원 B씨도 “침대 수거 이후 인원과 차량에 대해 소독을 한다고 하는데, 사전 예방책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택배 차량에는 일반 음식부터 농산물, 의류, 생필품 등이 옮겨지는데,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지 찜찜하다”고 우려했다.

최근 6·13 지방선거 홍보물 집중 배달로 집배원의 피로도도 누적됐다.

집배원 C씨는 “지방선거 홍보물 배달 등으로 인해 지난 2주간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이번 주에는 침대를 수거하러 나오라고 한다”며 “평상시에도 인력 부족으로 과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엉뚱한 업무가 주어지니 동료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집배원 D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앞으로도 무슨 일이 터지면 무작정 집배원을 동원할 것 같아 두렵다”면서 “안 그래도 업무 과다로 사망하는 집배원이 많은데, 대책 없이 업무 외 일을 내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집배원의 업무 과다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한 우본 노동자는 39명으로, 이 중 19명이 집배원이다. 주 52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근로시간이 과로를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인으로는 뇌심혈관질환(심장질환, 뇌혈관질환)과 암이 각각 10명으로 가장 많다. 자살은 9명이며, 교통사고는 8명에 달한다. 사인에 해당하는 뇌심혈관질환과 자살은 장시간 근로시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집배원들은 민간의 문제를 자신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의도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집배원 의견을 일체 청취하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내린 우본의 처사에 반발감이 커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와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올해 1월 17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노사협의회를 열고 집배원 주 5일근무 실시를 위한 협정서를 체결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왼쪽)과 김명환 위원장.[사진=우정사업본부]


특히 이들은 지방선거로 인한 업무가 끝나자마자 추가 업무가 가중되면서 정부의 집배원 처우개선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우본은 올해부터 집배원의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해 집배물류 혁신 10대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단기간에 수거를 끝내겠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연락이 안 되는 가구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수거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제대로 비닐에 침대를 포장해 1층에 내놓는 가구가 얼마나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7개 우정사업본부 노조 중 민주노총 산하인 전국집배노조는 이날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한 매트리스 수거를 위한 특급 분진 마스크, 장갑, 비닐 제공과 실질적으로 필요한 안전교육, 라돈 측정기를 통한 수거 인원 측정 후 결과 보고, 해체작업 공유 등을 최소 요구 사항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우본 관계자는 “침대 수거 작업자 안내사항에 적힌 자가지침서를 전국 우체국에 전달했으며, 지역 내 30~40개 지방우정청과 대형 우체국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직원이 방문해 사전 교육을 실시해 수거작업이 문제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미 대진침대 집배원 수거를 철회해달라는 게시글이 10여건 이상 올라와 있다. 게시글을 살펴보면 ‘저희 남편을 살려주세요’, ‘집배원은 국가의 막노동자입니까?’, ‘방사능 매트리스를 우체국 차량으로 수거한다고요?’ 등 반대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일부 청원에 대해서는 2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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