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수요위축까지…원유시장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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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6-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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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산유국 감산→증산 우려에 中 수요위축 우려도…22~23일 OPEC 총회 분수령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이 맞물려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국제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하락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의지가 약해진 데다 원유시장 큰손인 중국의 수요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다.

발 빠른 헤지펀드들은 이미 원유에 대한 강세 베팅을 대폭 줄였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근월물 기준)은 4일(현지시간) 각각 배럴당 75.29달러, 64.75달러를 기록했다. 2% 안팎의 낙폭으로 8주 저점에 근접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중반부터 강세가 돋보였다. 잠깐씩 부침이 있었지만 배럴당 40달러 선에서 반등해 지난달 말 브렌트유는 80달러를 돌파할 기세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의 감산 노력이 국제유가 반등을 이끌었다. 이들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주도로 2016년 11월 산유량을 하루 18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어 시한을 거듭 연장하며 국제유가를 떠받쳤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 시한은 올해 말까지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그동안 감산 합의를 재차 연장할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가가 다시 뛰면서 미국의 셰일 원유 증산 움직임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원유 증산을 경계하는 전통 산유국들이 오는 22~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정된 OPEC 총회에서 감산 합의를 깨고 증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감산 합의로 진정됐던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불거진 셈이다.

국제유가는 2013년 중반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웃돌았지만 공급 과잉 우려 속에 2016년 초 2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미국 원유 컨설팅업체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 사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그들(사우디와 러시아)이 산유량을 늘리면 다른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뒤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다시 원유가 흘러 넘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급 과잉에 더해 수요 위축 우려도 크다. WSJ는 이날 국제 원유시장을 위협할 다음 요인으로 중국을 들었다. 중국의 막대한 원유 수요가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중국의 원유 수요가 아직 탄탄하지만 이 나라의 실물경제지표는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지표로 보면 중국 원유 수요의 70%를 차지하는 산업·교통 부문 경기가 내리막에 있다는 것이다. WSJ는 중국의 물동량, 공장 가동률을 반영하는 전기 생산량이 지난해 3분기에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제 교역과 유럽 경기의 위축이 맞물려 올 하반기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세가 전처럼 10%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폴 그렌월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의 '스쿼크박스 유럽' 프로그램에서 미국발 무역전쟁에 따른 관세 위협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4분의 1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치 빠른 헤지펀드들은 이미 올 초 성행한 유가 강세 베팅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9일까지 일주일간 글로벌 헤지펀드는 원유 순매수 베팅 물량을 약 10% 줄였다. 이 여파로 헤지펀드의 유가 강세 베팅 규모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반등 가능성도 눈여겨보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각각 경제난과 미국의 제재 재개 여파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과잉 물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전문가는 OPEC 총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제유가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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