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유통업계, 규제만능 사고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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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03-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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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생활경제부 기자]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대립 구도는 유통업계에서 해묵은 논쟁거리다. 대부분 대기업을 갑으로, 골목상권을 을로 보며 갑의 양보와 갑에 대한 규제가 해결책으로 제시되곤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최근에는 골목상권을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 규제까지 거론된다.

이미 지난해부터 도마 위에 오른 복합쇼핑몰 규제에 관해서 올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만약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신세계 스타필드와 함께 대기업 계열 13개의 복합쇼핑몰이 적용을 받게 된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조치로 대기업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은 가장 단순한 발상이다. 그간 대기업이 많은 이익을 누리며 상권을 잠식한 것은 일부분 사실이다. 다만 규제만으로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이 상생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수많은 통계와 여론을 살펴보면 대기업의 규제는 풍선효과만 유발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문제의 핵심은 세월의 속도로 잃어버린 경쟁력이지 대기업의 횡포가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세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도태된 것은 유통업뿐만 아니다. 금융·교육·의료·해운·중공업 등 거의 한국사회 전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시장이 재편되고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대마불사라고 여겼던 대기업까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세상이다. 현재는 단순히 대기업이 자본을 앞세워 승리하는 구조가 아니다. 각종 외국계 기업과 플랫폼 업체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국내 시장 곳곳을 침투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의 발목을 잡아봐야 다른 외국계 기업과 온라인‧플랫폼 회사들의 기회만 열어줄 뿐이다.

최근에 복합쇼핑몰에 더 열을 올리는 대형 유통업체들도 사실은 탈출구를 찾기 위한 발버둥의 일환이다. 과거 유통업계를 지배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뒷걸음치자 가진 자본을 총동원하고 차입금까지 끌어들여 이들 나름의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 경쟁력을 가질 만한 뾰족한 묘안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대기업이나 재래시장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대기업이 좀 더 좋은 체력으로 버티고 서 있을 뿐이다. 실상 대기업들도 신사업팀을 잇따라 신설하며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대기업도 힘들다고 지역상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불만을 외면하자는 말은 아니다. 이제 규제만으로는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힘든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해야 할 시기다. 부작용이 있다면 규제가 아니라 당사자들 간 대화와 타협으로 이해관계를 맞춰야 한다. 또 복합쇼핑몰과 관련 시설의 정의를 명확히 해서 앞으로 혼란을 초래할 만한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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