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30만명 시대…채용비리로 얼룩진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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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7-12-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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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3분기 30만6795명…안정적 보수‧복지혜택 등 선호

  • 채용비리 검찰조사 10건 이상…체계적인 감시‧감독 필요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인원이 30만명을 넘어서며 고용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안정적인 보수와 정년보장, 공무원 수준의 복지혜택 등으로 공공기관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정원은 2012년 26만3794명에서 2013년 27만2539명, 2014년 27만9950명, 지난해 29만9609명이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30만6795명으로 30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학연·지연·혈연 등 온갖 채용비리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일반 구직자는 들어갈 수 없는 좁은 문으로 인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곳곳에 만연해 있다. 강원랜드는 2012~2013년 신입직원 채용 당시, 지원자 5300여명 중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대상자였다는 것이 드러나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현재 채용비리로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기관만 10개 이상이다. 감사원의 공공기관 채용에 관한 감사결과를 보면, 일부 공공기관장은 여전히 혈연‧학연‧지연 등으로 특정인을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사부서에서는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평가서류와 점수를 조작하고,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응시자를 합격시키는 등 불법‧부정이 보편화됐다고 분석했다.

공공기관 비리는 채용단계별로 골고루 발생하고 있다. 특히 면접전형 단계에서는 면접종료 후 점수표를 재작성해 특정인을 합격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이처럼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위험수위를 넘자, 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다. 최근 공공기관 인사‧채용비리가 사회적 공분을 자아낸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인 셈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올해 지정된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인사 채용실적에 대한 특별점검을 지난달 벌였다.

조사 결과 비리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감사원 감사 또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도 높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향후 비리행위가 적발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관련자 모두를 징계하는 방안도 내놨다. 비리 연루자는 직급과 보직에 상관없이 업무에서 즉시 배제시키고, 해임 등 중징계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정부의 이 같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대책에도, 전문가들은 채용과정부터 관리‧감독 체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채용비리로 인한 피해자 구제에 대한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무‧감독기관에서 산하 공공기관의 독립적 운영 보장 등을 이유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공공기관 채용 등 인사와 관련해 세부 실무지침을 마련하는 등 인사 공신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 1.4%를 기록하는 등 경기회복 징후를 보이지만, 청년 고용확대 등의 국민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며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청년의 꿈과 희망을 꺾고 위화감을 안겨주는 등 국민의 실망과 분노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용비리에 대해 발본색원의 자세로 엄정한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며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대응노력이 처벌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사회에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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