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사이드] 세종시 아파트 경비원 전원 해고, 누구의 결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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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기완 기자
입력 2017-11-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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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램마을 입주민 93%가 동의한 공동주택관리계약 위반… '옷깃 여민 경비원의 생존 투쟁'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경비원 전원이 최근 해고됐다. 해고된 경비원들은 하루하루 돌아가면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세종포스트 제공]

몇 해전 공동주택인 서울의 모 아파트 입주민들의 갑집횡포와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들의 막강한 권한으로 실업자가 된 경비원들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당시 이 아파트단지 입주민 자녀들이 돼지 저금통에 모은 천원짜리 지폐와 동전을 꺼내 경비원들의 해고를 막기위해 편지와 함께 모아온 돈을 건내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회에 감동을 안겨줬다.

아침 저녁으로 영하에 가까운 추위가 찾아오면서 직장인들의 빠른 귀가를 부추기고 있는 가운데 차가운 바람과 맞서며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

세종지역 한 아파트 경비원들과 미화원들이 대거 해고되면서 거리로 나왔다. 하루를 벌어야 하루를 먹고 사는 그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피켓을 든 것이다.

최근 세종시 도램마을 11단지 아파트 경비원 전원과 일부 환경미화원 등이 해고됐다. 입주자 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새로 선정된 아파트관리업체와 용역업체가 들어오면서 이들에 대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

경비원들은 9개월에 한 번씩 계약을 하는 계약직 신분이었지만 아파트관리업체 교체로 9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둘 처지에 놓였다. 정당한 해고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해 결국 피켓까지 들게됐다.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비원 A씨는 "관리비 문제로 부득이한 구조 조정이 이유라면 모르겠지만 계약 기간도 무시하고 6일 전 전원 해고통지를 당한 것은 억울하다"며 "입주 전부터 580세대 주민들을 위해 일해 온 경비원들에게 가혹한 결정"이라고 한 숨을 내뱉었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연령 제한이 없는 경비일을 선택, 근무하는 70대 경비원도 있었다.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이들은 이에 불응하고 지난 14일 대전지방노동청에 주택관리·경비·미화를 담당하는 업체를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한 상황으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회사측의 강압에 의한 사직서 제출은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온적 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의 부당해고 사실이 인정되면 업체는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해고 예고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과 8개월 간 미지급된 연차 수당에 대한 고발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당연히 받아야 할 수당이었지만 이들은 근무당시 이를 언급하지 못했다. 혹시나 눈밖에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고, 말 한마디 잘못해서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란 구조가 뒷받침 됐다.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실업자가 될까 두려워 엄두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이 피켓을 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화도 없었고, 타당한 이유도 없었다. 단지 관리없체가 바꼈기 때문에 경비원들을 해고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고된 경비원들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새 관리업체를 상대로도 고발장을 접수했다. 해고 사유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어서다.

요컨대, 노동자와 협의없이 강제적으로 부당해고를 진행한 업체는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기준법 준수 유-무 점검대상에 포함돼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을 받게된다. 각종 정부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혹여 관리업체가 영세업체라 할지라도 이에 대한 소문으로 업계에서 비난받게 될 가능성도 크다.

입대의 측은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새로 선정한 관리업체가 알아서 할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갑질 행위라고 판단, 기존 관리업체와 새로 선정된 관리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취지로 단정했다. 입대의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 위·수탁관리계약서에도 입대의가 인사 등 업무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돼있다"며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으로 입대의에서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고용승계 문제에 관여할 경우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 (관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아파트 관리소장도 가시방석 근무를 하고 있다. 관리업체가 바뀌면서 관리소장 역시 내년 3월까지 체결한 근로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둬야 할 상황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소장은 "아파트 경비원 집단해고 사태는 신규 아파트 천지인 세종시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전 세대 가구원 93%가 동의한 공동주택관리계약서에 근로계약을 최하 일년 이상으로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입주민은 "관리업체 변경에 동의는 했지만, 경비원 전원 해고에 대한 상황을 들은바 없다"며 "해고에 앞서 입주 때부터 고생해온 경비원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관리업체가 바뀌고 경비원들이 바뀌어도 이들에 대한 급여가 동일하게 지급되는데 굳이 실업자를 만들면서까지 해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 영향력은 놀라울 정도다. 정치권과 행정부 구조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축적된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금고를 선정하는 권한과 종사자들의 채용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입대의 결정이 없고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도램마을 11단지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도램마을 11단지 사태를 시작으로 세종시 전반적인 행정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신규 아파트 도시인 세종지역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미화원 노동자들에게 그동안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함이 아닌 불합리한 불이익은 없었는지 조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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