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知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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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희
입력 2017-10-1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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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 [사진=지모비코리아 제공]


사드 문제 등으로 인해 중국과 정치·경제 부문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해법이 보이지 않는 시기다. 수천년 역사를 공유한 가까운 이웃임에도 우리는 아직 중국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가깝고도 먼 나라가 중국이라고들 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과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를 잘 알아야 하고, 그를 사랑해야 한다.

국가든 개인이든 관계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태도로 ‘모더레이트(Moderate)’, 즉 중도를 꼽는다. 중도적이고 적절한 입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간자적 입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단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다면적이고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는 사람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코끼리라는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 각자가 만지는 부분만을 가지고 코끼리로 정의할 수는 없다. 중국이라는 코끼리를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를 알려면 다각도에서 그를 만나고 배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누구나가 자기가 접한 경험의 세계에서 중국을 얘기하려고 한다.

중국 속담에 ‘친구가 먼저 되고 그 다음에 장사를 해야 한다(先做朋友后做事)'는 말이 있다. 중국과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장사를 할 수 없으며, 반대로 믿음을 쌓았다면 서로의 공동체를 공유하면서 함께 사업의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중국은 쉬운 상대가 아니다. 중국을 왕래하는 사람은 많지만 현지에서 성공했다는 사람이 적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13억 인구가 만들어내는 정보와 지식의 양만큼 노회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런 중국과 우정을 나누면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고 함께 장사를 하려고 한다면 우리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우리식대로 접근한다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외교가 헨리 키신저는 그 누구보다 중국 문화와 역사, 정치에 밝았던 인물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 덩샤오핑(鄧小平) 등 중국 리더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달인이기도 했다. 그의 외교 아래, 냉전 이후 미·중 관계가 이념의 간극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다음과 같은 캐릭터를 가진 존재여야 할 것이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 진실해 믿을 만하지만, 장사 거래에 있어서는 쉽게 상대를 믿지 않는 노련한 속내를 갖춘 사람. 또한 우정과 거래를 분리할 줄 알고, 이지적 사고와 감성적 유대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문화를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다. ‘Love is an ability’, 즉 사랑도 능력이다. 우애의 바탕에서 지혜로워야 한다.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고, 그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할 수 있는 내공과 인내를 길러야 소통이 가능하다.

해외 사업이든 외교든, 소통을 통해 존재한다는 데 있어서 그 본질은 같다. 우리가 찾기 위해 고심하는 한·중 관계의 해법은 앞서 말한 것들을 바탕으로 ‘소통’의 맥을 찾는 데 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노회하지만 타의 사표가 될 만큼 순수한, 아마도 동양적 ‘군자’의 미덕을 갖춘 사람이 한·중 관계의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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