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독일연방은행, '통화 통합'의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상훈 기자
입력 2017-09-07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독일마르크화, 독일연방은행의 역할 |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 |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독일마르크화, 독일연방은행의 역할' 김영찬 지음 | 새녘 펴냄
 

'독일 마르크화, 독일연방은행의 역할' [사진=새녘 제공]


그동안 통화, 경제, 사회통합 등 독일 통일의 경제적 측면에 있어서는 사유화, 재산권 처리, 동독 지역으로의 이전지출, 통독 후 동독경제의 수렴 등 광범위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급속하게 진행된 통화통합, 전환비율의 결정, 동독 금융제도의 개혁, 독일연방은행의 통화정책 등의 분야는 상당한 연구 성과가 축적돼 있다. 

그러나 독일 통일 과정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 독일마르크화(DM)와 독일연방은행의 역할에 중점을 둔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한국은행에서 35년간 일하면서 독일연방은행 연수, 프랑크푸르트사무소 근무 등 통일 독일의 화려한 부활을 목도한 김영찬은 "우리나라에서는 급속한 통화통합과 전환비율에 주된 관심이 두어지고, 이 결정들에 정치적 판단이 우선했다는 인식 때문에 연방은행의 역할이나 입장은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그는 "통합에 있어서 연방은행이 주된 역할을 한 분야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지원적 역할을 담당하거나 타 정부부서의 도움을 필요로 한 분야,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수용자적 입장이 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앙은행인 독일연방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독일의 통화·금융통합을 논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독일연방은행이라는 한 기관을 분석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앙은행이 해야 할 역할의 전반적인 조망과 함께 그간 독일의 통화·금융통합 연구에서 간과했거나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한곳을 집중적인 연구 대상으로 하면 오히려 더 포괄적으로 사안에 접근하면서 실질적인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재정, 법무, 행정, 사회보장, 환경 등 다른 분야의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독일연방은행이 해온 역할, 독일의 당시 상황 등에 대한 이해를 통해 통화 통합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게 해주는 책이다.

312쪽 |1만7000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  | 엄현아·박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펴냄
 

'게르하르트 슈뢰더 자서전' [사진=메디치미디어 제공]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1998년 제7대 독일 연방총리로 선출돼 2005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그가 총리로 재직하며 단행한 광범위한 개혁, 즉 '어젠다 2010'은 독일 경제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국가로서 입지를 다지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다.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오늘날 독일이 유럽의 리더로 부상한 것은 슈뢰더의 용기 있고 과감한 개혁 덕분"이라고 칭송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하노버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재개한 슈뢰더는 '얼굴을 보여라!'(Gesicht Zeigen!)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혐오 현상과 반유대인주의에 대항하는 단체의 후원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명예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첫 회고록인 이 책은 한 인간의 치적을 요란하게 내세우기보다 자기비판이 담긴 투쟁적 정치 인생의 일기장에 더 가깝다. 특히 그가 이 책에서 우려한 많은 일들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미래를 구상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500만이 넘는 기록적 실업과 갑작스러운 통일,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낙인찍힌 전범 국가라는 멍에, 50년간 한 번도 손보지 않은 사회보장제도 등 16년간 집권한 헬무트 콜 총리가 슈뢰더 정부에 넘긴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슈뢰더에겐 정치 생명을 건 과감한 개혁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는 당시 '유럽의 환자'로 조롱받고 있던 독일 사회를 대대적으로 개조하기 위해 연방총리직을 내걸고 과감한 개혁 방안을 실행해나간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어젠다 2010은 해고방지법과 연금·의료보험 개혁 등을 다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독일 경제가 부활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재평가되지만 당시엔 독일 국민의 공분을 살 만큼 매우 불편한 개혁안이었다. 지지층의 반발 등 크나큰 사회적 갈등이 빤했지만, 그는 담대하게 국가의 미래와 역사적 평가를 선택했다.   

슈뢰더는 잘못된 역사 바로잡기에도 남다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바르샤바 게토 봉기 60주년을 맞아 "과거의 힘든 시련에 대한 기억이 우리를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다시 묶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천명하며 바르샤바에서 정중히 사과했다.  

슈뢰더의 인생은 '국가 대개혁'의 길에 들어선 우리나라에게 잊지 말아야 할 목표와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464쪽|2만6000원

◆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정해연 지음 | 황금가지 펴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사진=황금가지 제공]


'더블', '악의 - 죽은 자의 일기'를 통해 '놀라운 페이지터너(page turner)'라는 평가를 받은 추리 스릴러 유망주 정해연이 새 단편집을 내놨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엔 임대아파트를 배경으로 절도, 실종, 사망 등 다양한 사건들을 트릭에 집중해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유쾌한 일상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엔 만사가 귀찮고 무엇에도 참견하기 싫어하지만,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만큼이나 우수한 수사 감각으로 사건을 족족 해결해가는 주인공 '정차웅'이 등장한다. 캐릭터 자체도 흡인력이 있지만, 그 주변의 개성적 인물들도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소설은 형사 출신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된 '꽃미남' 주인공을 중심으로 형사 시절 파트너였던 여형사, 부담스럽게 외모를 가꾸는 중년의 관리소장, 돈 밝히는 음흉한 부녀회장 등의 캐릭터들이 마주하는 사건들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평범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각 에피소드들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작가는 사건의 어두움을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트릭을 파헤치는 쪽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시켜, 책장을 가볍고 빠르게 넘길 수 있다.

질질 끌고 다니는 삼선 슬리퍼조차 명품으로 보이게 만드는 정차웅. 그가 이 아무것도 훔칠 게 없는 관리사무소에 든 도둑, 입주민 실종, 신원 미상자의 자살, 엘리베이터 오물 투척 등 각종 사건을 경험하며 내보이는 수사 본능이 유쾌하게 느껴진다. 

276쪽|1만2500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