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잘못했나? 스팩 3분의 2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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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입력 2017-08-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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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중기·벤처 육성을 돕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에 합병돼 상장한 회사 가운데 약 3분의 2는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팩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11곳 가운데 64%에 가까운 7곳은 합병상장 후 주가가 뒷걸음질쳤다.

임상시험 대행회사인 켐온은 올해 4월 초 '이베스트스팩2호'와 합병‧상장한 이래 주가가 시초가 대비 21% 넘게 하락했다. 감염관리 전문회사인 우정비에스씨는 4월 말 '한화엠지아이스팩'과 합병했고, 이후 주가가 13%가량 빠졌다.

'엔에이치스팩9호'와 합친 모바일게임업체 넷게임즈도 주가가 약 16% 떨어졌다. 엔에이치스팩3호와 합병한 고려시멘트는 약 15%, MP그룹(미스터피자) 계열사로 'SK제2호스팩'과 합한 수입화장품유통업체 MP한강은 11%가량 내렸다.

광케이블 구축에 쓰이는 광섬유 융착접속기를 제조하는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엔에이치스팩5호'와 합병‧상장한 이래 약 9% 하락했다. 2차전지 장비업체인 씨아이에스도 '한국3호스팩'과 합병 후 3%가량 내렸다.

스팩은 공모(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다. 공모자금의 90% 이상을 별도 예치하고, 3년 안에 합병에 실패할 경우 투자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인식된다. 이들과 합병해 상장하는 회사들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이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상장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인지도가 높고 큰 기업은 스팩합병 대신 공모를 거쳐 증시에 데뷔한다. 스팩을 선호하는 쪽은 덜 알려진 중소업체다. 이런 이유로 스팩합병 후 특별한 호재가 없으면 주가가 떨어지기도 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올해 초 '신한제2호스팩'과 합병한 드림시큐리티는 연일 강세다.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뱅크에 보안인증 솔루션을 공급한다고 알려지면서 주가가 81% 넘게 뛰었다.

대형 과학시설물 제어시스템을 공급하는 모비스도 마찬가지다.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직후 인공지능기업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14%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스팩합병 기업에 투자하려면 사업계획, 기업가치, 재무상황 등을 보다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종목이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호재 없이는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합병 시 시너지 효과와 업황, 재무상황 등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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