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인더스토리] 도시재생 뉴딜, 발상의 틀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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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입력 2017-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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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현행법에 맞는 틀을 조합하면 기형적 도시 양산

  • - 발상의 틀을 깨야 도시재생 공간과 재원 마련 가능

 


문재인 정부 도지재생 뉴딜 성공의 두 가지 필요조건은 부지와 재원이다. 서울을 비롯한 도심은 포화상태고 50조원에 달하는 소요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하다.

이런 점에서 국토교통부가 도로공간의 민간개발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공간과 재원 마련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콜럼버스의 달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이 포화됐다는 것은 3차원 공간을 2차원 평면으로 본 결과다. 입체는 평면에 높이를 곱한 만큼 공간의 크기가 배가된다. 도로의 평면 넓이는 제한적이지만 도로의 상하부 공간은 이론적으로 무한대다. 그동안 도시계획은 3차원 공간을 평면으로 접근하는 2차원적 틀에 갇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서울의 도로 면적은 약 85㎢로 전체 면적(약 605㎢)의 14%에 달한다. 법이 개정되면 이론적으로는 도로의 입체개발을 통해 강남구(40㎢)와 송파구(47㎢)를 합한 면적과 맞먹는 도시재생 공간이 나오는 셈이다. 실제 경부고속도로(한남IC~양재IC 구간 6.4㎞) 지하화(56만㎡), 동부간선도로(민자터널 13.9㎞, 재정터널 8㎞) 지하화(221만㎡) 등 본지가 서울시내에서 현재 추진되는 도로·철도 지하화를 통해 얻어지는 상부 공간 면적을 집계한 결과, 여의도 면적의 1.3배(375만㎡)에 달하는 가용 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용 부지는 도로나 철도 외의 국·공유지도 있다. 서울시가 보유한 시유지도 89㎢(6만여 필지)로 전체면적의 15%나 된다. 시는 지난 4월 이들 중 활용가치가 높은 곳을 선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위탁해 국공립 어린이집·임대주택 등 공공시설을 짓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이같은 시유지를 포함한 국·공유지는 아직 민간개발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 뉴딜이 성공하려면 국·공유지의 민간개발이 가능하도록 관련법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각을 확장하면 법 개정이 아니어도 방법이 있다. 국·공유지의 소유권을 민간으로 바꾸면 된다. 최근 LH와 동작구가 구청사 부지와 신청사 건립비용을 맞교환한 게 좋은 예다. LH는 장승배기에 동작구 신청사가 들어가는 행정타운을 건립해주고 시공비로 구청사를 받기로 했다. 구청사는 노량진에 위치한 노른자위 상업용지지만 구유지여서 개발 용도에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LH로 소유권이 바뀌면서 복합상업시설 개발을 할 수 있는 부지가 됐다. LH는 직접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입찰을 통해 민간에 매각할 수도 있다. 

도로공간이나 국·공유지의 민간개발은 자칫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토부가 도로 공간 개발이익의 50%를 주택도시기금으로 환수해 논란 여지를 없애기로 한 것도 신의 한 수다. 도시재생 뉴딜 재원의 절반이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될 예정이어서 국토부의 이번 법개정 추진은 도시재생 뉴딜 재원마련을 위한 것이다.  

훌륭한 조각품이 나오려면 먼저 구상한 본을 찰흙으로 빚고 그에 맞게 석고로 틀을 짜야 한다. 하지만 도시재생 뉴딜 논의의 초기만 해도 관료들은 이와 반대의 순서로 작업을 했다. 현행법으로 가능한 틀을 짜놓고 도시재생 모델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실제 도시재생 관련 포럼 등을 가보면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결론은 십중팔구 “현행법 하에서는 불가능하다”였다. 작업 순서가 바뀌면 얼굴은 찌그러지고 팔은 짝짝이며 다리는 장롱다리를 한 기형적 모양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먼저 이상적인 도시재생 뉴딜의 모델을 만들고 제약이 되는 관련 제도를 그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발상의 틀을 깨지 않으면 도시재생 뉴딜은 기형적 도시를 양산하는 불량 종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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