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의 아침묵상, 수련] 7. 기도祈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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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 기자
입력 2017-07-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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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철현]

 

[휴네페르의 ‘사자의 서’]



1.방석方席
이른 아침, 몸과 마음을 정돈하고 하얀 방석위에 앉았다. 하얀 방석은 나의 몸을 지면으로부터 격리시킨 후, 하늘로 들어 올리려고 준비시키는 기중기다. 땅을 하늘로 만들고 하늘을 땅으로 만드는 지성소다. 나는 이 방석에서 과거의 나를 유기하고 현재의 나를 심오하게 바라본 후, 미래의 나를 창조한다.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한다. 오늘 저녁 잠들기 전, 아침과는 다른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 모습은 누구의 충고나 위대한 성인이나 사상가의 책에서 발견될 수 없다. 그 모습은 고유할 때, 위대하기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내가 열망하는 고유한 나의 모습이다. 눈을 감으면 기적이 일어난다. 이전에 들이지 않던 소리들이 들인다. 컴퓨터 안에서 미세하게 들리며 웅웅거리는 소음, 가끔 아랑곳하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가는 자동차소리, 벽시계 초침이 정해진 경로를 바쁘게 돌아가는 소리. 어떤 사람은 오히려 주위가 시끄러울 때, 집중이 잘되기 때문에 카페에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그러질 못한다. 내가 방석에 앉을 때, 문명의 이기가 소리를 내지 않도록, 모든 스위치를 꺼버린다. 그리고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2. 내려가기
내가 올라가기 위해 내려간다. 이른 아침에 방석위에서 좌정하고 눈을 감는 이유는 자연스럽다. 인류의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수련해온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 방식을 찾아 내가 실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편안한일이다. 내가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는 확신이다. 현생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지금의 에티오피아와 케나와 같은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이 당시 ‘호모 사피엔스’가 오늘날 양복을 입고 지하철을 탔다면,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와 호모 사피엔스는 외형적인 구분이 불가능하다. 4만년전 지구는 혹독한 마지막 빙하기를 겪고 있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하기 위해, 자신들보다 훨씬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맘모스나 야생들소를 잡기 위해, 무기를 만들고 동료들과 협동하여 사냥하였다.
호모 사피엔스의 일부가 당장 먹는 것과는 상관없는 일을 시작한다. 그들은 사냥하러 다니다 거대한 산맥에서 발견된 조그만 동굴 안으로 내려간다. 그들은 숨어있는 동물을 샅샅이 뒤지러 들어간 것이 아니다. 한 손에는 횃불을 들고, 다른 한 손에 색을 내는 진흙을 들고 내려갔다. 동굴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다. 그들이 얼마만큼 깊이 동굴 안으로 들어갔을까? 그들은 더 이상 세상소리가 들리지 않는 가장 깊숙한 공간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들고 간 횃불이 없다면, 칠흑과 같은 장소다. 이들은 자신들이 본 동물들을 그리기 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이 순간에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다시 태어난다. 기원전 3만1년 전 일이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인종 같지만, 실제로 보면 전혀 다른 인종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생존을 위해 동물과 경쟁하고 동료 인간들과 싸웠다면, 그들 중 소수는 깊은 동굴로 내려가 위대한 자신을 발견하고 만들기 위해, ‘자기’라는 과거의 괴물과 싸웠다. 우리는 그들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 부른다. 이들이 더 많은 동물을 잡게 해달라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동물 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노래하기 시작하였다. 동물 벽화는 문자가 등장하기 전 인류의 염원을 담은 위대한 이야기다.

3. 일과日課
오늘날 대부분의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로 남아있다. 자신의 삶의 의미와 쾌락을 경쟁을 통해 성취할 수 있다고 신봉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소수 인간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은 자신만의 임무를 항상 찾고, 그것을 거침없이 노래하는 자들이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특징은 자신을 규정하는 우주의 두 가지 규격인 시간과 공간을 다스린다는 점이다. 그들은 남들이 만들어 놓은 시공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최선을 삶을 위해 시공간을 제어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으로 출근하는 삶을 살아도, 하루는 자신이 가고 싶은 삶의 여정의 한 블록일 뿐이다.
창조적 소수는 자신만의 일과日課대로 움직인다. 그 임무가 주변사람들에겐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그는 그 임무를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여긴다. 일과작성은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것처럼 보이나, 시간이 지나면 나를 변화시키는 스승이 된다. 이른 아침 눈을 감고 방석위에 앉아 있는 일과가 내 스승이며 내 종교다. 기도祈禱는 자신을 위한 최선을 찾는 행위다.

4.안하기
기도는 습관적으로 하던 생각, 말, 행동을 안하겠다고 결심하는 다짐에서 출발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신을 위한 최선을 이집트어로 ‘마아트’maat라고 불렀다. 마아트는 우주의 원칙이면서 동시에 개인이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준수해야할 삶의 기준이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반드시 자신이 지상에서 한 생각, 말, 그리고 행동에 대해 심판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죽은 자의 생전에 한 생각, 말, 행동이 담겨있는 심장과 ‘마아트’를 천칭에 올려 저울질 한다. 죽은 자는 심판자 앞에서 ‘마아트의 42가지 기도문’을 낭송해야한다. 42가지 기도문은 모두 금지명령으로 되었다. 그들 중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나는 훔치지 않았습니다;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를 울리지 않았습니다; 남의 말을 몰래 듣지 않았습니다; 성급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고대 인도의 수행인 요가에서도 ‘안하기’를 강조한다. 기원후 400년경 성인 파탄잘리 ‘요가경전’을 남겼다. 수행하는 자는 수행에 앞서 행할 것이 이다. 그것을 역설적이게 ‘행하지 말아야할 것들’이다. 이 금지를 ‘야마’yama라고 부른다. 산스크리트어 ‘야마’는 원래 자기 맘대로 움직이는 말을 전차경주자가 ‘제어하는 행위’를 뜻한다. ‘야마’가 후대에 도덕적인 의미를 더해 ‘자기조절; 인내’을 뜻하기도 한다. ‘야마’는 개인이 도달하고자하는 열망을 좌절시키는 생각, 말, 그리고 행동으로부터의 자제‘다. 파탄잘리는 다섯 가지 금지조항을 열거한다: 첫째는 다른 생물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인 아힘사(비폭력), 둘째는,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사트야(진실), 셋째는 남의 소유를 훔치지 않는 아스테야(훔치지 않기), 넷째는 성적인 욕망을 분출하지 않고 스스로 제어하는 브라흐마차르야(정숙),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째는 남의 소유를 욕심내지 않는 아파리그라하(무소유)다.

5. 기도祈禱
‘기도’는 흔히 어떤 절대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욕망을 요구하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의미의 기도는 자신의 욕망을 강화하기 위해 신의 이름을 이용하는 자기만족일 뿐이다. 기도는 이른 아침 자신만의 영적인 동굴로 들어가,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쌓여있는 적폐積弊를 제거하는 행위다. 기도는 그런 적폐를 스스로 제거하겠다고 나만의 ‘도끼’(斤)를 날카롭게 만들어 스스로에게 보여주는(示) 수련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이란 시간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목숨壽을 내놓은 자기결심이다. 기도는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하지 말아야할 것을 가려내는 훈련이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이 여정을 무사히 완주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는 일이다. 내가 오늘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섬세하게 가려내는 행위가 기도다. 나는 오늘 무엇을 하지 말까?


<그림설명>
기원전 13세기 휴네페르의 ‘사자의 서’
휴네페르가 지하세계신인 자칼 머리를 한 아누비스에게 이끌려 심판을 받기위해 지하로 내려간다. 휴네페르는 신들앞에서 ‘42가지 금지’ 기도문을 낭송해야한다. 천칭 옆에 괴물인 암무트가 웅크려 앉자 휴네페르에게 판결을 내리는 문자신인 토트신을 쳐다보고 있다. 가운데 위치한 천징의 왼쪽 접시엔 휴네페르의 심장이, 오른쪽 접시엔 타조 깃털로 상징되는 ‘마아트’가 올려져있다. 만일 휴네페르가 자신의 임무인 ‘마아트’를 깨닫고 그것을 완수했다면, 하늘에 별이 된다. 장면 오른쪽에 매 머리를 태양신인 호루스가 그를 이시스와 넵티스 여신과 좌정한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에게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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