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소비자정책포럼] "피할 수 없는 4차산업 물결…​'기술 트렌드'만 좇지말고 인간과 협업모델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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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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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원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기술 트렌드 우선 현상만 따르면 무분별한 투자만 발생...고객 편의성 위한 유통의 본질 잊지 말아야"

유원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17 소비자정책포럼'에서 '유통 4차혁명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유원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피할 수 없는 4차 산업의 물결 속에서 '기술 트렌드'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원상 교수는 2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본지 주최 ‘제8회 소비자정책포럼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유통혁신’ 행사에서 '유통 4차혁명 무엇이 문제인가' 강연을 진행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 교수는 4차 산업으로의 이동은 불가피하나 단순히 기술 트렌드만 좇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이 불가피한 이유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은 기업의 수집 비용과 저장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준다. 빠른 CPU 속도는 처리 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여준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4차 산업으로의 이동은 당연한 움직임이 된다.

특히 개선된 저장 기능과 처리 속도는 기업 측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편의성도 높여준다.

때문에 3차 산업에 머무른 기업과 4차 산업을 받아들인 기업은 완전히 다른 성적표를 받게 된다. 비디오 대여점 '블록 버스터'와 '넷플릭스' 이야기다.

블록 버스터는 1985년 설립 이후 비디오 대여 시장의 40% 이상을 석권하며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최대 8000개의 점포 네트워크와 직원 6만명을 거느린 거대 회사였다. 

그러나 4차 산업 기술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다. 인기 영화가 부재인 상황도 많았고, 반납도 늦은 경우가 많아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블록 버스터는 파산에 이르렀다.

반대로 인터넷 기반의 넷플릭스는 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회원제를 통한 고정 회비로 무제한 대여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대여와 반납이 보다 편리해져 고객과 공급자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유 교수는 "새롭게 등장한 업체가 기존 대기업을 능가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엔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의 경제'가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 경쟁을 각 산업 간의 경쟁이 아닌 '플랫폼 경쟁'으로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플랫폼 경쟁이 데이터 권력의 양극화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유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그림자도 분명히 존재하며 데이터와 플랫폼이 득세할수록 시장지배력이 일부에 집중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데이터 집중화로 인해 시장 독과점이 심화되면,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소품종을 대량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품종 대량 생산이 비용 절감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간 소외'도 우려되는 부분"이라면서 "기업들이 운영 효율 향상에 과도하게 집중한다면 일자리 부족 문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히 4차 산업혁명을 따라간다는 목적 하에서는 무분별한 투자가 마구잡이로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전략적 방향이나 초점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트렌드 우선' 현상이 만들어낸 문제로는 '닷컴(DotCom) 버블'을 예시로 꼽았다. 닷컴 버블이란 1995~2000년대에 걸쳐 인터넷 관련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발생한 거품 경제 현상이다. 당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인터넷 회사들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기술 투자 경쟁이 상호 파괴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유 교수는 "인간과 기술이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을 창출하는 데 유통산업의 전략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유통은 고객 접근성과 편리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명제를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첨예한 시각을 가진다면 긍정적인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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