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늘어나는 고위험 출산…中 ‘두 자녀 정책’의 그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7-04-06 12: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한국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6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2016년 한국 출산율은 1.17명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2016년의 13.2%에서 2060년에 41.0%로 껑충 뛰어 노인인구가 한국 전체 인구의 5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 고령화 문제는 ‘인구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달고 있는 중국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다. 더구나 중국은 1980년 이후 시행한 엄격한 출산 정책 때문에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져 전형적인 ‘4-2-1’(조부모 4명, 부모 2명, 아이 1명)의 역피라미드형 가족 구조를 형성했다.

결국 오늘날 중국 사회는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리는(未富先老)’ 현실에 마주하게 되면서 한국 못지않게 시급한 사회 문제에 직면했다.

중국은 인구구조 조정 방안의 일환으로 2016년 1월 1일부터 중국에서 36년 동안 유지해 온 ‘한 자녀 정책’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두 자녀 정책’을 시작했다.

한 자녀 정책은 도시에 거주하는 부부는 오직 한 명의 아이만 가질 수 있고, 농촌이나 소수민족 부부의 경우 두 명의 자녀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한 인구제한 정책이다.

한 아이만 낳을 수 있도록 하는 가족계획 정책이 당시 중국 사회·경제 발전에 필요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면, 두 자녀 정책은 오늘날 중국 사회 현실에 입각해 사회 발전에 부합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정부의 정책과 달리 출산율은 수도꼭지와 같이 쉽게 조절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출산 의욕부터 낙관적이지 않다. 2015년 국가 위생 및 계획생육위원회에서 실시한 출산 의향 조사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커서’, ‘시간·체력이 부족해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등 이유로 둘째 아이의 출산을 원치 않는 가정의 비율이 각각 74.5%, 61.1%, 60.5%로 나타났다.

게다가 출산 의향과 출산 행위 사이에 격차가 있어 실제 출산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 의향이 있어도 연령, 건강, 환경 등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서다.

‘전면 두 자녀’ 정책에 해당하는 9000만쌍 부부의 연령 구조를 살펴보면, 35세 이상 여성은 무려 60%에 이르고 40세 이상 여성은 50%를 초과한다고 보고됐다.

출산은 기본적으로 연령 증가에 따라 불임의 확률이 높아진다. 의학적으로 35세 여성의 출산력은 25세 여성의 절반이고, 40세 이상 여성의 출산력은 35세 여성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다. 만 35세 이상 여성이 임신을 하는 경우에는 ‘고령 임신’이라고 한다.

산모는 유산, 난산, 여러 임신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선천성 기형, 장애 등 태아가 위험해질 확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중국 양회에서 왕페이안(王培安) 국가 위생 및 계획생육위원회 부주임은 “출산 의향, 연령, 건강 등 요소를 고려해 전면 두 자녀 정책에 해당하는 9000만쌍 부부 중에 실제 출산할 수 있는 비율은 28%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제왕절개 비율이다. 세계 대표적인 의학전문학술지인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8~2014년 중국의 제왕절개 비율은 연평균 1% 증가하고 있고 2014년에는 34.9%로 집계됐다.

이 같은 통계는 오랜 기간 추진한 계획생육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대 이후, 중국 대다수 도시 가정의 자녀 계획은 한 명이었고 ‘단 한 번의 출산’이라는 전제 하에 병원과 산모 모두 재출산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엄격한 계획생육에 따른 높은 출산 제한 조치 실행 비율도 문제다. 아이 출산 이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피임 방법은 ‘여성 피임링(IUD) 삽입’과 ‘난관 피임 수술’이다.

‘중국 인구 및 취업 통계연감’에 의하면 2014년 중국 가임기 기혼여성의 피임률은 86.52%를 달했다.

출산 제한 조치 상황을 봤을 때 2014년 기준으로 여성 피임링 삽입과 난관 피임수술은 각각 54.43%와 27.30%에 이르렀으며, 전체의 80% 이상을 넘었다.

IUD는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피임효과 이외에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가장 적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의료 인력과 위생 조건 등 여건이 받쳐줬을 때의 얘기다.

또한 IUD 권장 착용 기간은 3~8년이지만 실제로 10년 이상, 심지어 여성 폐경 때까지 착용하는 경우도 흔해서 IUD 제거 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해 IUD 제거나 난관수술을 우선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부부는 재임신의 어려움과 불편함도 함께 겪게 된다.

현재 중국에서 ‘둘째 아이 출산 허용’은 ‘재임신’, ‘재출산’이란 단어가 가진 의미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고위험 임신, 높은 불임률, 높은 기형아 출산율, 첫 출산 때의 제왕절개로 인한 재출산의 위험, 산아제한조치로 인한 재임신의 어려움 등 문제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

두 자녀 정책에 따른 중국 출산율의 증가는 단지 수적(數的) 증가가 아니라 ‘고위험 출산’의 증가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전문 인력, 완벽한 의료시설과 의료 서비스가 구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출산만을 격려하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우려스럽다. 출산은 한 가정의 행복은 물론,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