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종교 너머의 인문주의와 시대정신이 반영된 헌재 선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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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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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종각 앞 종로대로에 비친 석양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기독교는 주로 19세기 이후 서구 제국주의 침탈 속에서 유입된 듯하다. 기독교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교단이기에 예를 든 것뿐이다. 기독교단 역시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금권주의에 편승해 ‘정종유착’을 거쳐 대단한 경제적인 여력까지 가지게 됐다. 얼마 전부터는 확연하게 처음의 표방과는 달리 ‘화합’이나 ‘소통’의 아이콘이 아닌 ‘분단’과 ‘갈등’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애초 그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은 우리 인간 현실 사회가 아니라 둘도 아닌 오직 유일신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목회자는 착각해서 인간을 떠나 ‘신’의 아류인 사이비로 나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안타깝게도 다른 종교도 별반 차이가 없다고 중언부언 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출가 수행 등 고독하게 수행을 하는 성직자들을 신도들이 도왔다. 그러나 금권주의 하에서 성직자들은 실제와는 달리 단지 ‘연출된 겸손한 얼굴’로 수양이나 수행이 아닌 ‘자신의 이름’만을 닦고 있다고도 한다. 정부의 편의적 발상으로 재산을 갖게 된 성직자들이 신도들을 고용하고 신도들 위에서 군림하며 재산의 재분배까지 간여하게 된다. 그래서 가끔 중국의 문화혁명 같은 ‘종교혁명’을 통해 성직자가 아닌 일반(재가)신자들의 ‘종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들도 전해진다. 개인주의나 평화주의의 영향인지 다행스럽게도(?) 요즘 사람들은 ‘혁명’보다는 ‘무시'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초월해 나가는 듯하다.

기독교나 가톨릭 그리고 불교를 비롯해 외국에서 가져온 종교들만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 정신을 들먹이는 신흥 민족 종교도 그렇고, 정신은 없고 한문만 남은 것 같은 유학이나 도학도 오십보 백보인 듯하다. 그걸로 안되니 이젠 '삼교일치'니 '사교일치'니 하면저 여러 종교의 좋은 말만 끄집어 내 멋대로 마구 뭉뚱그려서 만들어낸 신흥사이비교도 어쩌면 모두 기존 종교의 폐해를 여실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외제 종교이든 옛날 종교이든 그런 걸 가지고 현실의 금권이나 패권주의의 마수에 사로잡혀 있는 복잡한 우리 사회에 바로 들이대는 것도 다분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가치관을 국민적인, 아니 전인류적인 합의로서 만들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치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를 넘을 수 있는 우리의 '인내천'으로 대표되는 인본주의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선언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할 윤리는 다름이 아니 ‘인본’으로 그 ‘인간’에는 세계 모든 인류가 포함되어야 함을 선언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가 담론화하고 공감하며 합의해 나아가야 할 물처럼 변화가 가능한 ‘도덕’과 ‘가치’의 사회통념화에 대해서 염두에 두고 살아가면 될 듯하다.

사회통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대정신은 헌법과는 다르지만 ‘민심’이라는 이름으로 언젠가는 헌법에도 반영될 그것이기도 하다. 언젠가  마저도 넘어서 자유롭게 되면 또 다른 시대정신을 잉태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활동이 ‘Liberal Art’ 또는 ‘Humanities’ 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인문’이다. 자유로운 그러기에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편견이 없는 그런 학문을 훌쩍 넘어선 우리 일상의 창의적인 활동 모두가 인문인 까닭이다. 물론 옛것이라고 해서 창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법고창신'이라고 하여 과거의 것의 답습이나 묵수가 아닌 현재적 사용은 모두 창의적이라고 보고 싶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직접 우리의 의지로 성찰하고 풀어가며 성취해 나가야할 것이다. 그 우리에 알 수 없거나 만들어진 ‘신’은 포함될 수 없다. 그런 존재에 복종되어 살아가던 현대판 ‘노예’적 원시사회를 지양한 사회통념이라는 시대정신이 이번 헌재의 선언문의 일부로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역사는 언제나 좀 많이 더디지만 천천히 노예화의 질곡을 넘어 주인공이 바로 우리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언젠가는 시대정신에 따라 법과 질서가 빠르게 만들어지는 사회가 우리의 의지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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