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편의점 전성시대, 편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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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1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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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 신세계 편의점 위드미가 13일 이색서비스를 선보였다. 매장 한 켠에 CD플레이어와 헤드폰을 구비해놓고 손님들이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점인 이곳은 ‘클래식이 흐르는 편의점’을 콘셉트로 잡았다.

편의점의 이 같은 변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행을 가지않고도 100여 가지 금융업무를 24시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빨랫감을 맡기고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출퇴근길을 오가며 공과금을 납부하거나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공문서 출력도 이제는 손쉽게 한다. 도시락과 작은 포장김치, 원두커피를 손에 든 채 귀가하는 직장인의 모습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렌터카까지 편의점에서 이용하게 됐으니 ‘편의점 전성시대’란 말이 헛말은 아니다.

편의점이 우리생활에 첫 선을 보인 것은 30여년전이다. 올림픽 이후 소비수준이 높아지던 시기인 1989년, 서울 방이동에 들어선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 편의점의 시초다. 당시만 해도 편의점은 ‘비싼 24시간 슈퍼’ 개념에 가까웠다.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술, 담배, 음료수 등을 살 수 있는 말그대로 '편의를 제공'하는 슈퍼였다.

그러나 그 ‘비싼 슈퍼’는 어느덧 30년의 시간이 흘러 다기능 유통채널인 ‘작은 백화점’으로 변신하며 소비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국내 편의점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개를 돌파했다. 올해 중에도 5000여개 점포가 더 생긴다고 한다.

1인가구 증가와 소량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한 덕분에 편의점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15%대에 이른다. 실제 BGF리테일, GS리테일, 코리아세븐 등 ‘편의점 빅3’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구조 관점에서 편의점의 상승세가 무서운 것은 기존 유통채널의 소비자 점유율을 뺏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감률을 살펴보면 대형마트의 경우 2014년 3.4%, 2015년 2.1%, 2016년은 1.4%씩 매년 감소했다. 이에 반해 편의점은 2014년 8.3%, 2015년 26.5%, 2016년 18.1% 등 급성장세를 보였다.

유통업체 매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격차가 점차 줄고 있다. 대형마트는 2014년 전체에서 27.8%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26.3%, 지난해에는 23.8%로 꾸준히 떨어졌다. 반면 편의점은 2014년 13.4%에 불과한 점유율이 2015년 15.6%, 2016년 16.5%까지 늘어났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전체 비중 격차가 7%포인트로 좁아든 셈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은 '나홀로 성장'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늘 그늘이 있기 마련. 편의점 수가 늘어난 만큼 개별 가맹점주들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매출하락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새로 문을 연 편의점은 5508개로, 하루 평균 15곳이 문을 열었다. 편의점주들이 경쟁점포 증가로 인해 자연스레 매출과 수익성 하락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 신림동의 한 편의점주는 “자고 일어나면 근처에 편의점이 새로 생기는 지 꼭 챙긴다”며 “벌써 석달 사이 주변에 3곳이 문을 열었다. 손님들이 분산되다 보니 지난달부터 매출이 조금씩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아르바이트)생들의 낮은 시급도 시장성장과 함께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편의점들이 앞다퉈 다양한 상품판매에 나선 탓에, 알바생들의 업무영역도 예전에 비해 훨씬 광범위해졌다. 단순한 상품 계산과 재고물품 관리가 과거 편의점 알바생의 주 업무였다면 이제는 즉석 신선식품 관리는 물론, 금융·택배서비스 등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시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알바천국이 조사한 결과 그해 3분기 서울 지역에서 편의점 업종이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가장 많이 냈다. 총 107개 업종, 31만3089건 중 편의점 모집공고가 6만1921건(20.9%)이나 됐다. 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평균 6277원으로 공고 수가 많은 상위 40개 업종 평균(6756원)보다 낮았다.

무엇보다 편의점의 무한성장 뒤 드리워진 가장 큰 그림자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장악했다는 점이다. 현재 편의점 시장은 롯데, GS,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들이 휩쓸고 있다.

몇 년 전 대기업들이 동네 빵집과 피자가게, 치킨가게 등을 접수했을 때만 해도 동네상인들의 공분으로 대기업이 발길을 돌린 사례가 많았지만, 왠지 편의점 업종은 큰 '문제없이' 대기업 자본들이 벌써 골목을 잠식했다.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서민경제 살리기의 한 축을 담당했던 ‘동네 슈퍼’들을 찾는 게 이제는 어려워진 것이다. 작은 슈퍼들이 대기업 대자본의 쓰나미에 밀려 사라지거나, 대기업의 ‘일원’이 돼 편의점주로 신분을 바꾼 사이 서민들에게 작은 시장 역할을 하던 ‘구멍가게’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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