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위에 내려앉은 시간의 더께…우순옥 '무위예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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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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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12일까지 국제갤러리 1관…영상, 사운드, 드로잉, 설치작품 등 총 12점 선보여

우순옥, '파라드로잉'(영상, 2014·2016)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헝겊에 둘둘 말려진 채로 작업실에 방치돼 있던 20여년전 작품을 꺼내 들었다.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다뤘던 유화 '침묵의 바다'(1983)에는 색 바램, 긁힘, 구부러짐 등 시간의 더께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고, 작가는 여기에 '시간의 그림'(2016)이란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중견작가 우순옥(58)은 이처럼 '시간'에 천착하며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노자의 무위(無爲) 사상을 본인의 작품 세계에 주입하며 "내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일을 이룬다'는 무위는 궁극적 가치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이루고자 하는 삶과 예술의 실천적 존재방식이며 윤리적 태도"라고 천명한다. 

 

우순옥, '시간의 그림'(1983·2016)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는 오는 12일까지 1관 'K1'에서 우순옥의 개인전 '무위예찬'전을 개최한다.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우순옥의 네 번째 국제갤러리 개인전으로 영상, 사운드, 드로잉, 설치작품 등 총 12점을 선보인다.

그는 늘 그래왔듯이 '사라진 장소'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기억들을 소환해 우리를 둘러싼 대상들의 존재 이유와 그 의미를 묻는다. 

 

우순옥 작가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면 독일 쾰른 근처의 예배당 '브루더 클라우스 채플'로 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10시간 가량의 영상으로 담은 '무위의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고요하고 아름다운 명상의 장소로 이르는 길을 통해 '침묵과 비움'의 인생 여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우순옥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비어있음'은 부정적 개념이 아닌, 근원적 감각에 대한 탐구 가능성이다. 이는 또다른 영상작품 '파라드로잉'에서도 나타난다.

2008년 폐쇄된 템펠호프 공항에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베를린시에 시민들은 반대했고, 결국 그 자리엔 공원이 들어서게 됐다. 파라드로잉은 작품 속 텅 빈 공간(활주로)이 기실 자본과 물질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으로 채워져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우순옥, '무위의 정원'(2015·2016)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Form is emptiness, Emptiness is form." 파리 테러 직후였던 지난해 11월 우순옥은 파리 19구에 위치한 뷔트 쇼몽 공원 바닥에 금색 가루로 이같이 썼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재물이나 명예는 물론이고 인간의 생각과 관념 또한 스스로의 집착이 만들어낸 허상이다)을 뜻하는 이 글귀는 비록 파리의 공원에서는 금세 사라졌지만, 전시장 창문에 '무위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다시 나타났다. 

시간, 기억, 무위, 비움 등등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어들이지만 작가는 전시를 통해 필경 이 말을 하고 싶었으리라. "팍팍한 일상이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삶을 지그시 바라볼 때도 있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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