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등원 후 상도동 한 바퀴'…삶의 궤적 되밟으며 떠난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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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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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지나 국가장 영결식이 엄수되는 국회로 향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수경·김혜란 기자 =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하루종일 눈이 내리는 가운데 엄숙하고도 경건하게 진행됐다. 

5일장의 마지막 날인 26일,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른 시간부터 유족과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이날 오전까지 조문객을 맞았다. 

유족 측은 이날 오전에만 1200여 명이 조문하는 등 닷새 동안 총 3만6900명이 조문했다고 추산했다.

오전 10시 장례식장 1층 강당에서 김장환 목사의 집례로 발인예배가 진행됐다. 100석 규모의 예배실을 가득 메운 조문객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예배는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는 "아버님은 매번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말 간절히 기도하셨다"며 "그래서 그 간절한 기도의 소망이 결실로 맺어진 것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 민주화의 영광을 얻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님은 이제 소임을 다하셨고 천국에 들어가셨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한 말투로 인사를 마쳤다.

오후 1시 6분께 김 전 대통령의 관을 든 의장대 11명이 느리지만 절도 있는 걸음으로 운구차로 향했다. 김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장남 은철씨의 아들 김성민 군이 영정을 들었다.

관이 운구차인 검은색 링컨 리무진에 들어가자, 현철 씨는 손을 모으고 입을 다문 채 운구차의 뒤를 따랐다. 건강상의 이유로 영결식에 불참한 박근혜 대통령은 대신 서울대 병원에 들러 약 7분 간 발인을 지켜봤다. 시민 100여 명이 찾아와 운구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고, 이 중 일부 시민은 오열하기도 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이날 빈소를 찾지 않고 곧바로 영결식장으로 향했다.

이날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며 추위가 닥쳤고 낮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운구차량은 오후 1시 50분께 싸락눈을 맞으며 국회의사당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원한 '의회주의자'라고 불리는 김 전 대통령은 그렇게 마지막 '등원'을 했다.
 

▲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열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7000여 명이 모인 영결식장의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정치권 인사들과 시민대표들은 무릎에 담요를 두르고 굳은 표정으로 눈앞의 영결식장과 스크린을 응시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현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자, 유족들은 간간히 눈물을 훔쳤다. 경상도 사투리가 거셌던 김 전 대통령에게 어린 학생이 '확실히'를 발음해보라는 영상이 나오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은 엷게 웃었다.

헌화와 분향 후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흰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감싸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눈발은 더욱 거세졌다.

오후 3시 20분께 영결식이 끝났다. 김무성 대표는 "의회에서 중단없는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저희들이 할 일"이라며 "협상과 타협을 통해 좋은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이제는 역사적으로 재평가할 때가 됐다, 김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의 공을 높이 평가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표도 "김 전 대통령께서 평생동안 온몸으로 싸워서 이기신 민주주의가 다시지금 흔들리고 있다, 역사가 거꾸러 가고 있다"면서 "후배된 입장에서 한편으로 착찹하고 이제는 그것이 후배들에게 남겨진 몫"이라고 말했다.
 

▲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엄수됐다. 차남인 김현철 씨(왼쪽)가 故 김 전 대통령의 생전영상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김현철 씨의 오른쪽은 장남인 김은철 씨와 손명순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영결식 후 운구 행렬은 김 전 대통령의 46년간 보금자리였던 상도동 사저로 향했다. 사저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며 애도했고, 사람들이 운집하는 바람에 운구차량이 지체되기도 했다.

사저와 김영삼 기념도서관을 한 바퀴 돈 운구차량은 그렇게 상도동에서의 마지막 귀가를 끝으로 안장을 위해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국립현충원에 이른 운구는 안장식을 끝으로 차가운 땅에 묻혔다. 이로써 헌정 사상 첫 국가장은 엄숙하면서도 검소하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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