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내수시장, 지갑을 열어라] <상> 최악의 수출부진에 내수로 버틴 한국경제…"내년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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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6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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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이제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은 올해의 한국경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최악의 수출부진을 기록했으나 내수가 살아나며 이를 상쇄시켰다'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5년 만에 경제성장률을 깎아 먹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내수가 살아나면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1%대를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를 웃도는 반짝 실적을 냈지만 이는 정부의 인위적인 소비와 투자 영향이기 때문에 회복세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각종 단기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다하는 내년이 되면 민간소비가 급감하는 '소비절벽'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수출 최악에도 내수로 버틴 한국 경제

세계 경기 둔화로 올해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10월 수출액은 434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5.8%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교역량은 수출 4402억 달러, 수입 3674억 달러로 8076억 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4년 연속 '무역 1조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올해 상반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0.9%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분기 역시 -0.7%를 나타내 올해 3분까지 순수출 기여도는 -1%포인트에 달했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0년 -1.4%로 떨어지고서 2011년 0.9%, 2012∼2013년 각 1.5%, 2014년 0.5%로 플러스를 기록해왔다.

최악의 수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2% 증가해 6분기 만에 1%대 성장률을 회복했다.

소비와 투자가 반짝 회복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이끄는 소비와 투자가 3분기 경제성장률을 0.8~1.0%포인트 끌어올렸다. 이어 민간소비가 0.6%포인트의 성장률 기여도를 보였다.

3분기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8월부터 추가경정예산을 본격적으로 집행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민간소비 역시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 진작정책이 추석 연휴 기간과 맞물리며 전 분기보다 크게 늘었다.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어느정도 효과를 본 셈이다.

◆ 단기미봉책 '약발' 다하면 내년 소비절벽 우려

문제는 내년이다. 추경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으로 소비심리가 메르스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됐지만 성장을 짓누르는 구조적인 요인과 열악한 대외환경은 바뀐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부양책의 '약발'이 효력을 다하는 내년이 되면 민간소비가 급감하는 '소비절벽'이 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또한 정부의 소비 진작책을 대체할 카드도 마땅치 않다.

올해 대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데다 규제완화·투자촉진 등 소비진작을 위한 당근을 모조리 써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재정을 풀어 살린 경기부양의 효과는 일시적이고, 이로 인해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내년에 처음으로 40%대로 오르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소비진작을 위한 정책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가계의 소득 여건과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오히려 정책 일몰 이후 소비 절벽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년 12월부터 2009년 6월까지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판매가 증가해 2009년 2분기 소비가 3.3%나 증가했지만, 정책이 끝난 뒤인 3분기에는 소비 증가율이 1.0%로 급락한 바 있다.

2012년 9∼12월에도 개별소비세 인하가 있었으나, 다음 해 1분기 민간소비는 마이너스 증가율(-0.1%)로 전환했다.

소비를 짓누르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고령화에 따른 노후 대비로 가계의 소비성향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추세"라며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비 부담 증가, 가계부채 증가도 소비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투자은행(IB)인 노무라 역시 소비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노무라는 "2013년 이래 30~54세의 핵심소비인구의 감소와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퇴직 증가,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인구구조적인 문제로 소비지출성향이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수출 부진에 따른 고용 감소, 가계부채 증대 및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비정규직 및 저임금 일자리비중 증가와 높은 청년실업률에 따른 장기적인 소비제한 등이 한국의 장기적인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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