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대법원 주말영업 금지 판결에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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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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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 점포에 의무휴업을 얼리는 현수막이 게첩되어 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첫 소송을 제기한지 2년 10개월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6곳이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지방자치 단체가 강제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및 의무휴업 제한은 적법하다며, 2심에서 대형마트 측 손을 들어줬던 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형마트 업체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지자체의 의무 휴업 요구가 더욱 강화되고, 평일 휴업을 했던 대형마트들도 자칫 일요일(월 2회) 영업을 금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영업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조항이 신설됐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들은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는 등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해 왔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이 조례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전국 각지에서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대부분 마트 측이 승소했다. 영업제한은 시장 등 지자체장의 권한에 속하는 '행정처분'인데, 처분 권한이 없는 의회가 조례로 이를 의무화한 것은 지자체 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조례를 개정해 지자체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문구를 바꿨고, 이후 벌어진 소송 2라운드에서는 대형마트가 모두 패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 선고를 받은 동대문구와 성동구 사건에서는 1, 2심이 엇갈렸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진창수 부장판사)는 지난 2013년 9월 의무휴업 규제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의무휴업일 지정 등으로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가 적지 않지만 중소유통업자, 소상인,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에 큰 영향을 미쳐 공익 달성에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부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1심 판결을 뒤집고 대형마트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방법으로 달성되는 전통시장 보호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아직까지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규모 점포에 입점한 임대매장 업주 역시 중소상인인데도 오히려 이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에 대해 '형식적인 법 해석에 치중한 나머지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대형 마트 업계 당혹…향후 진행 소송 영향에 주목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지자체와 유통업계의 법적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형마트는 물론 소상공인 단체들도 이번 판결이 현재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10개 소송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당초 대형들은 대법원이 2심과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 규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유리한 쪽으로 형성되기를 기대한 것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내수 경기가 위축되고,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 규제가 실익 없이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 대두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지난 12일 국회에서 전통시장 1㎞ 주변에 대형마트의 입점을 금지하는 현행 규제를 2020년 11월 24일까지 5년 동안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연속으로 제재 법안들이 나오면서 침울한 분위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전 법률에 대한 판단으로 동대문구는 이미 개정법에 대한 새로운 행정처분을 시행 중이고, 성동구 역시 조례를 개정해 즉각적으로 의무휴업 등이 없어질 것으로 내다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와 협력 회사 및 입점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 관계자 역시 "의무 휴업, 영업시간 단축 등의 규제로 인한 전체 대형마트들의 영업 손실이 월평균 6620억~6637억원, 연간 7조9440억~7조964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자료도 나와 있는 상태"라며 "앞으로 대형마트에 대한 지자체들의 규제는 더욱 심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우울하다"고 밝혔다.

한편,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정당하다는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특히 대기업의 영업 자유보다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보호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이 소상공인들에게는 비록 어렵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비록 대형마트의 매출감소는 적지 않으나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영향을 끼쳐 공익 달성에 효과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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