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류사회’ 유이 “발음 논란, 사실은 앞니가 깨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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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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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진실한 사랑을 믿는 재벌가 딸 장윤하 역을 열연한 배우 겸 가수 유이가 서울 홍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기사에 쓰지 말아 주세요.”

지적을 달게 받으며 스스로를 낮추기 바쁜 여배우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몇 번이나 부탁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깊게 갈등했다. 고민을 거듭할수록 인터뷰이와(interviewee)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보다 가혹할 만큼 자기를 채찍질하는 배우에 대한 안쓰러움이 커져서 감히 그를 대변하자고 결론 내렸다.

유이는 SBS 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상류사회 안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숨통을 찾기 위해 백화점 푸드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재벌가 막내딸 장윤하를 연기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홀로서는 여주인공이라니.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캐릭터인지라 답습할 선례도 없는 장윤하를 제 색깔로 연기해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신인 배우의 노력은 ‘발음 논란’에 덮여 빛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이는 군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음…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평소에 존경하던 하명희 작가님의 작품이라니! 대사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준비도 많이 했는데…입에 펜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하다가 앞니가 깨져버렸어요. 임시방편으로 래미네이트를 급히 새로 했죠. 시청자분들이 지적해주시기 전에 이미 발음이 전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노력하면 할수록 나쁜 쪽으로 흘러 가버리니까 자신감도 떨어지고, 주눅 들더라고요. 관리를 못 한 것 역시 제 잘못이죠. 이것으로 발음 논란에 변명하고 싶지 않아요. 모두 제가 짊어질 짐이니까요.”
 

최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진실한 사랑을 믿는 재벌가 딸 장윤하 역을 열연한 배우 겸 가수 유이가 서울 홍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임지연은 스크린에서 안방극장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성준은 드라마를 많이 해본 베테랑이다. 박형식은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잘했다”며 동료에게 후한 점수를 준 유이는 자신에 대해서는 “많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상류사회’가 7번째 출연작인데, 그간 연기라든지 발음이라든지 이렇다 할 논란이 없었잖아요. 신인상(제48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2011 KBS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도 받았고요. 자만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만 줄곧 맡아서 사랑받은 거였는데, 매번 비슷한 옷을 입은 거였는데 ‘다른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할 것 같아’ 했던 거죠. 이번 논란을 통해 제가 자만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자신에게 혹독한 유이는 인터뷰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모두 제가 짊어져야죠” “제가 감당해야죠”라고 말했다.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최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진실한 사랑을 믿는 재벌가 딸 장윤하 역을 열연한 배우 겸 가수 유이가 서울 홍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유이는 장윤하에게 공감했다가, 장윤하와 살았다가, 장윤하로 살았다. 가족 중 유일한 안식이었던 오빠가 죽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이용당했음을 알게 되고, 엄마에게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지, 넌 죽어야지”라고 폭언을 들을 때, 유이도 작아지고 하찮아졌다. 장윤하가 “내가 잘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열심히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라고 되뇔 땐 유이도 절망했다.

“윤하는 대기업 딸임에도 안주하지 않고 치열하게 노력하잖아요. 그런 윤하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윤하도 이러는데 나는 뭘까. 나는 한다고 하는 노력이 정말 하찮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은 줄 알았던 친오빠가 돌아와 ‘네가 부족한 걸 아는 거로 됐다. 네 노력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겠지’하며 윤하를 보듬어 주는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촬영 현장에서도 그 말이 어찌나 깊게 박히던지…큰 위안이 됐죠.”

“이제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해야 하는 시기”인 유이는 “내실을 다지겠다”고 했다. “‘유이의 가능성을 봤다’는 말에 안주할 때는 지났죠. ‘유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죠. 더 나아가 연기력이 아니라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저 드라마 재밌네, 좋네’하는 평가 안에 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실을 다지려고요.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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