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텼던 대우조선해양 마저 적자 전환, 글로벌 조선업 수익난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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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5-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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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조선업계 상위 업체중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던 대우조선해양 마저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조선업계의 수익난이 가중되고 있다.

신규 수주시장을 싹쓸이하다 싶던 중국 조선업계가 올 들어 일감 확보량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엔저를 바탕으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던 일본 조선업계도 3년 후 생존위기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경쟁우위를 지켜내왔던 한국 조선업계도 전사 모두 적자로 돌아서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 붕괴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8년 6개월, 분기로는 34분기 만에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를 통해 매출액은 4조4860억8600만원, 영업손실은 432억9800만원, 당기순손실 1723억97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이는 2006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기간으로는 8년 6개월, 분기로는 34분기만이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6% 늘었으나 수익성은 악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사들의 발주량은 급감했으나 글로벌 조선사들의 구조개편은 더디게 진행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포화 상태가 지속되면서, 결국 선사들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수주’에 동참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벌크선 등 저가 상선을 포기하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초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및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상선과 고유가 추세에 맞춰 발주가 증가한 해양 플랜트 수주에 특화하며 가까스로 버텨나갔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상선도 중국과 일본 등의 추격으로 선가가 단기간에 떨어졌고, 세일가스 개발에 따라 유가가 하락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량도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분기 영업적자 362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현대중공업 역시 뒤이은 2분기 1조1037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서는 등 한국 조선업계도 불황의 그늘이 덮쳤으며, 마지막 보루였던 대우조선해양도 적자 전환하는 등 국내 조선사 전체가 수익성이 적자를 기록했다.

채권단 자금지원 중단 결정에 법정관리 위기에 빠진 성동조선해양과 그룹 해체로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중인 STX조선해양, SPP조선과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그나마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지만 영광을 되찾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량 감소와 선가 하락의 여파가 가장 큰 이유다. 또한 건조 후에 대금의 대부분을 받을 수 있는 헤비테일 방식의 계약이 주를 이루다 보니 건조 과정에서의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대우조선해양도 이번 1분기에 이러한 손실충당금을 회계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조선업계의 적자 전환이 됐을 정도면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의 부실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락슨 리포트에 따르면 올 1~4월 중국의 상선 수주량은 171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으로 한국 353만CGT, 일본 177만CGT에 뒤지며 3개월 연속 1위 자리를 한국과 일본에 내줬다.전체 수주 선박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벌크선 발주가 부진하면서 수주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엄청난 수의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다수의 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질 경우 성장률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엔저를 무기로 부활하던 일본 조선산업도 3년 만에 수주 감소로 ‘짧은 봄’에 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선박수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수출용 선박 수주량은 1288만G/T(총톤수)로 전년 대비 22% 감소하는 등 3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벌크선 수주량은 38%나 급감했다.

다수의 기업들이 시설 투자와 해외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미래의 수익원으로 기대하고 있던 해양자원개발선박 사업도 부진에 빠지는 등 수주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기 체결한 수주량이 많아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해도 추가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물량을 모두 소진한 3년 이후부터는 다시 불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조선업계는 지난 2009년 상선 수주량이 600만G/T대까지 떨어지자 2014년경에는 건조할 배가 사라질 것이라는 ‘2014년 붕괴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수상이 취임하며 엔고현상이 수정되자 2013년 수주량은 1600만G/T 이상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현재 조선소 도크에 채워져있는 건조 선박들은 당시에 수주한 물량이다. 조선사 수주가 감소했다는 것은 수년 후 또 다시 업황이 부진에 빠질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 조선업계 모두 가장 중요한 일감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그나마 따낸 일감에서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조선산업 붕괴는 전 세계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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