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다른 중국인들은 왜 이중적일까?..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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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5-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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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광종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전 세계가 중국 읽기에 열심이다.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G2 자리에 올랐다. 그들의 과거를 좇아 동양의 역사와 정신을 배우고, 그들의 미래를 예측하며 갖가지 경제 전망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과 정치적 중요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으로서의 중국, 혹은 정치적 영향력으로서의 중국만을 주목하거나 '사기'나 '논어' 같은 역사와 고전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가 알고 싶은 진정한 중국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을까?

"중국은 읽으면 읽어질 듯한 느낌과 읽어도 선뜻 다가오지 않는 느낌이 혼재되어 있다. 그래서 어딘가 친숙해 보이기도 하고, 어딘가 얕잡아 보기도 하며, 때로는 어딘가 훌륭해 보이기도 한다."

중국에 대해서 '좀 안다'고 자부하는 저자 유광종씨도 알면 알수록 섣부른 평가는 금물이라는 것을 체감했다. 그는 홍콩 유학, 대만과 중국의 특파원 등을 거치며 중화권에서 두루 중국의 모습을 체험한 중국 전문가다.

때문에 '중국인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는 제목보다 부제인 '중국인의 행동을 읽는 7가지 문화코드'가 더 끌린다.

저자는 중국인의 속내를 읽기 위한 필수 키워드로 ‘모략’을 꼽는다. 모략은 중국인의 세계관의 핵심을 이룬다. 한국에서는 모략을 나쁜 꾀, 편법, 사기술 등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지만 중국에서의 모략은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모(謀)’는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적인 방법이다. ‘략(略)’은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다.

싸움에서 이기거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물리적, 정신적 역량을 동원하는 방식이다. 비유하자면 '서유기'에서 현장법사(이상/의지)과 손오공(현실/무공)이 제대로 결합해야 완성되는 문제해결책이다. 이는 중용의 사고와도 닮았다.

명분과 이익을 모두 중시하는 모략은 중국인들의 감성과 사고에 그대로 녹아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어는 자신의 빛을 숨기고 어둠을 키우라는 의미를 담은 ‘도광양회(韜光養晦)’다. 그들은 자신의 속내와 실력을 감추고 한 가지 행동에 열 가지 생각을 담는다. 식사자리에서조차 서로의 의중을 캐내려 심리 게임을 벌인다.

역사 속 ‘배주석병권’이라는 성어는 유명하다. 술 한 잔 하자고 대신들을 부른 송 태조 조광윤은 “요즘 잠이 잘 오지 않아”라는 말 한마디로 식사 자리를 공포 분위기로 만든다. 반역의 가능성이 있는 자들에게 미리 경고함으로써 병권을 스스로 바치게 한 것이다. 제때 그 뜻을 읽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맛있는 것을 즐기기보다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일이 훨씬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국가 정상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식사 의전에서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 어떤 음식을 대접했는지 등은 가장 중요하게 보도되는 뉴스 중 하나다. 정치적인 자리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중국인들의 식사 자리는 눈여겨 볼 점이 많다. 메뉴의 종류와 순서, 앉는 자리, 누가 먼저 식사를 시작하는가 등 게임만큼이나 ‘룰’이 다양하고 엄격하다. 다른 사람을 초대한 식사 자리가 흔히 게임의 차원으로 발전하는 것은 모략의 세계가 이미 역사 속에서 크게 자리를 잡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중국인의 ‘이중성’을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중국인들을 보는 시선 역시 이중적이고, 이분법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갖게 된 경외감과 특이한 문화적 환경 때문에 낮춰 보는 멸시가 공존한다. 저자는 바로 이 점이 중국을 읽어내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지금의 중국을 만들어온 중국인들의 본바탕이 무엇으로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무술(武), 담(城), 모략(計), 축선(軸線), 회색(灰色), 현문(賢文), 황금몽(黃金夢)의7가지 문화코드를 통해 밝힌다.

그동안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중국에 대한 선입견에 갇혀 있던 사람, 한 번쯤 중국을 체험했거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 제대로 객관적인 시각에서 중국을 이해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에 충분하다. 28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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