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대남 확성기 가동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실제 가동 시 대북 확성기 재설치 등 '비례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다시 가동할 경우 대칭적으로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뭔가를 한다면 '우리도 당연히 비례적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역시 "유엔군사령부와 공동 조사를 통해서 합당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비례적 대응에 나설 경우, 이재명 정부 초기 철거했던 고정식 대북 확성기 20여 대를 재설치하거나 이동식 대북확성기 10여 대를 가동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이동식 대북 확성기 배치가 더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같은 날 통일부 당국자도 비례적 조치로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는 앞서 정동영 장관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재개를 주장하는 것을 향해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던 것과는 기류가 다르다. 당시엔 우리가 먼저 판을 깨는 자극제가 되지 않겠다는 자제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엔 북한이 선을 넘을 경우 대북 확성기라는 카드를 언제든 꺼내 들 수 있음을 내비치며 공을 북한에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남북 양측이 모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DMZ 일대의 긴장 고조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 대변인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북한이) 담화를 낸다는 것 자체가 이(소통 단절)를 방증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서야 하고, 이러한 것들이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이날 언론에 배포한 '김여정 부장 담화 관련 언론 안내문'을 통해 "불과 1년여 전 우리는 서로를 향해 확성기를 틀며 남북 주민 모두가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한 바 있다"며 "과거의 잘못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긴장과 충돌의 위험을 키우는 행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남북 간 긴장과 충돌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군사분계선에 대한 남북의 입장을 일치시키고 평화적 관리를 위한 소통체계를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우리에 대한 위협을 멈추고, 실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전날 보도에서 이달 중 대남 확성기가 가동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가 이날 '임무 대기'로 표현을 바꾼 것에 대해, 실제 방송 재개 여부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접경지역에 신형 240mm·600mm 방사포 등 '새로운 화력 구분대'를 배치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군 당국은 아직 관련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로운 무기가 현재 설치되는 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주장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총무부장은 전날 군사분계선(MDL) 인근 국경선 요새화 현장을 시찰했다고 밝혔으며, 대남 확성기 재개 경고와 함께 서부전선 DMZ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서는 재차 부인하는 등 대남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20일에도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비례적이고 엄정한 대응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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