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수년 만에 최대 규모의 폭동이 일어난 뒤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시민들에 대한 신속 재판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정부가 폭력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피고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약탈 가담 사실을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파리 법원에서는 폭력 시위와 약탈 등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피고인들의 신속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기준 프랑스 전역에서 체포된 인원은 2500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약 550명이 파리에서 붙잡혔다. 로이터통신은 21일 체포된 인원 가운데 900명 이상이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열악한 교육 환경과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촉발됐다. 학생단체와 노동조합,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 등이 가세한 지난 17일 전국 시위에는 프랑스 내무부 추산 약 55만명이 참가했다. 대부분은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충돌하거나 상점을 약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재판 수요가 급증하자 파리 법원은 신속 재판에 배정하는 법정 수를 평소의 두 배로 늘렸다. 프랑스의 신속 재판은 주로 절도나 폭행, 교통법규 위반 등 경미한 범죄에 한해 진행되며, 대개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고인을 단기간에 재판하는 절차다.
NYT가 같은 날 파리 법원에서 방청한 신속 재판 14건 가운데 10건은 젊은 남성이 연루된 사건이었다. 상당수는 파리 외곽 노동자 계층 거주 지역 출신이었으며, 전과가 없는 피고인도 있었다.
영상 제작을 공부하는 빅토르 베르투아(21)는 지난 17일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 설치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당시 연막 신호탄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르투아는 경찰에 돌을 던지거나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불타는 쓰레기통에서 나무판자를 꺼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변호인도 그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세네갈 출신으로 8살 때 프랑스로 이주한 무스타파 뎀벨레(18)는 경찰을 향해 병을 던지고 폭죽을 발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체포 당시 훔친 것으로 의심되는 안경 7개와 디자이너 티셔츠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뎀벨레는 길에서 주웠을 뿐 도난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상점 약탈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한 피고인들도 있었다. 친구 사이인 아이테 랑주롱(21)과 달비스 음부쿠 삼바(20)는 파리 마레 지구의 한 식료품점에서 위스키 여러 병을 훔친 혐의로 법정에 섰다. 랑주롱은 문이 열려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가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술을 가져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판사는 음부쿠 삼바가 메신저에 "우린 모든 걸 약탈할 거야", "병을 잔뜩 훔쳤어"라고 적은 사실을 지적했다. 결국 두 사람은 잘못을 인정하며 다시는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해당 상점 주인은 약 130명이 가게를 약탈하는 몇 시간 동안 지하실에 숨어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액은 약 4만5000유로(약 6700만원)로 추산됐다.
이날 베르투아와 뎀벨레, 랑주롱, 음부쿠 삼바 등 4명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6~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랑주롱과 음부쿠 삼바의 피해 배상액을 결정하는 민사재판은 내년 5월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를 폭동으로 변질시킨 이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극좌 성향 세력과 기회주의적 범죄자들이 폭력 사태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다르마냉 장관은 구금된 이들의 95%가 남성이고 70%는 성인이라며, 이민자나 외국인만이 아니라 프랑스 사회에 뿌리내린 시민들도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속 재판이 급증하면서 절차적 공정성을 둘러싼 우려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파리에서는 약 70건의 시위 관련 사건이 신속 재판과 간이 절차로 처리됐다. 일부 변호사들은 사건을 서둘러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법원에서는 집행유예와 실형뿐 아니라 증거 부족에 따른 무죄 판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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