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상품을 구매할 때 가격표에 적힌 금액을 먼저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상품의 가성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요. 용량이 다르면 단순한 가격 비교가 어려워지고, 각종 수수료나 추가 비용은 최종 결제 금액을 바꾸기도 합니다. 가격표에 적힌 숫자와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 그리고 그 돈으로 얻는 가치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격에 숨은 비밀’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가격의 구조를 살펴보고 소비자가 놓치기 쉬운 비용과 가치의 차이를 짚어봅니다.
가격표에 적힌 금액만으로 가성비를 알 수 있을까
이번 기획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온라인 쇼핑몰에 같은 회사가 생산한 같은 이름의 제품 두 가지가 올라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는 66g짜리 단품으로 1450원이고, 다른 하나는 38g짜리 제품 4개를 묶어 4110원에 판매한다.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까.
여러 개를 한꺼번에 구매하면 더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위가격을 비교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단품은 10g당 약 220원인 반면, 묶음 상품은 10g당 약 270원이다. 묶음 상품의 총가격은 더 높지만, 이를 구성하는 제품의 양까지 고려하면 단위당 가격은 오히려 약 23% 비싸다.
이처럼 총가격만으로는 상품 간 가성비를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렵다. 단위가격은 상품 가격을 일정한 기준 단위로 환산해 표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무게로 판매하는 상품은 100g당 또는 10g당 가격을, 부피로 판매하는 상품은 100ml당 또는 1L 당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용량과 수량이 다른 상품도 같은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어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돕는다.
단위가격 표시제는 이 같은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1999년 설탕과 우유, 햄 등 가공식품과 커피, 치즈, 알루미늄 등 15개 품목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대상 품목이 확대됐다. 작년 7월에는 ‘단위가격 표시 대상 품목’이 기존 84개에서 114개로 늘었다.
온라인 쇼핑 확대에 따라 넓어진 표시 의무
온라인에서는 상품의 가격과 용량, 구성 등을 직접 비교해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판매가격이 유지되더라도 상품의 용량이 줄어들면 실제 단위당 가격은 오를 수 있다. 가격을 유지하거나 소폭만 올리는 대신 제품의 양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도 단위가격 비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지난 4월 2일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으며, 같은 달 7일부터 대규모 온라인 쇼핑몰에 제도를 적용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이었던 표시 의무를 온라인으로 확대한 것이다.
적용 대상은 연간 거래금액이 10조 원 이상인 온라인 쇼핑몰이다. 산업통상부가 시행 당시 밝힌 적용 대상에는 쿠팡과 네이버플러스스토어가 포함됐다. 표시 대상 상품은 가공식품과 일용잡화, 신선식품 등 114개 지정 품목이다. 다만 모든 온라인 상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정해진 품목과 사업자 기준에 따라 표시 의무가 부과된다.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제, 남은 과제는...
제도가 온라인으로 확대됐지만, 실제 판매 환경에 맞는 표시 기준을 마련하는 일은 과제로 남아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상품의 규격과 진열 방식이 비교적 일정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판매자가 다양하고 상품 구성과 판매 옵션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는 제도 시행 초기의 혼란을 줄이고 온라인 판매 환경을 고려하기 위해 6개월의 시범운영·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판매상품의 단위가격 표시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마련될 지침에는 판매 옵션이 다양한 상품과 묶음 상품, 정확한 용량을 산정하기 어려운 품목 등에 대한 기준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단위가격 표시제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를 돕기 위해서는 단순히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판매 방식에 적용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상품 간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돼야 제도의 취지도 실현될 수 있다.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제가 복잡한 쇼핑 환경에서도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격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상품의 가격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을 알려주지만, 그 숫자만으로 상품의 가치를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용량이 다른 상품은 단위가격으로 비교해야 하고, 의약품처럼 공공성이 큰 영역에서는 별도의 기준가격을 마련하기도 한다. 우즈베키스탄이 처방약의 참조가격을 설정해 약값을 관리하는 것도 가격을 판단할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소비자가격이 여전히 중요한 출발점이라면,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그다음에 놓여야 한다. 상품의 양과 품질, 사용 기간, 효용처럼 가격에 담기지 않는 요소를 함께 살펴볼 수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도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서 나아가, 가격을 제대로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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