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물길을 지키는 것이 농업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박형수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장
박형수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장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이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알리고 있다. 농업인들에게 수확을 앞둔 이 시기는 지난 계절의 땀과 기다림이 비로소 결실로 돌아오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최근 농업 현장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 과거에는 이례적이라고 여겼던 이상기후가 이제는 매년 반복되는 일상이 되고 있다.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하는 일이 단순한 영농 지원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농업 기반이 된 이유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은 해남 1만2123ha, 무안 4521ha, 함평 1319ha, 영암 419ha 등 총 1만8382ha에 이르는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 광활한 농경지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총연장 338km에 달하는 용수로와 영산호·영암호·금호호 등 3개 호수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영산호와 영암호, 금호호는 서남해안 농업의 중요한 수자원이자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농업기반시설이다.
 
가뭄 때에는 농경지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집중호우 때에는 호수 수위와 배수갑문을 관리하면서 농경지와 주변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농업용수 관리는 단순히 수로에 물을 흘려보내는 일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양의 물이 제때 도달하도록 호수와 수로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수위뿐 아니라 수질과 시설물 상태까지 세밀하게 관리해야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하다.
 
특히 해남과 무안, 함평, 영암 일대에는 간척농지가 넓게 분포해 있어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체계적인 수질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영산강사업단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주요 호수와 수로, 배수갑문 등 농업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기상 상황과 영농 여건에 맞춰 농업용수를 관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아무리 잘 갖춰진 시설이라 하더라도 실제 농업 현장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공사와 농업인이 함께 물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협력체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기후위기 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앞으로의 물 관리는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기후변화로 강수량과 강수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한 물 관리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과학적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영산강사업단도 노후 농업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ICT를 활용한 스마트 물관리 체계를 확대해 물 공급의 효율성과 재해 대응 능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필요한 곳에는 충분히 공급하면서도 불필요한 물 손실은 줄이는 것이 미래 농업용수 관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무엇보다 농업용수는 농업인의 생계와 국민의 먹거리를 지탱하는 소중한 공공자원이다.
 
우리가 관리하는 338km의 물길과 영산호·영암호·금호호의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농업인의 한 해 농사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들녘에서 다시 다음 농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수확이 끝난 뒤에도 농업기반시설의 관리와 정비에는 쉼이 있을 수 없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은 앞으로도 현장에서 답을 찾고 농업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후위기에 더욱 강한 농업생산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
 
농업인이 물 걱정 없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어떠한 기후 상황에서도 서남해안의 들녘에 필요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
 
그것이 영산강사업단이 지켜야 할 물길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농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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