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세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자 기업들이 '자사주 방어전'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상장사 96곳이 469만주 넘는 자사주 매입을 신청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총 96개 상장사가 469만3760주의 자기주식 매매를 신청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3개사가 총 370만8063주의 자사주 매입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직접 취득 방식이 18개사, 신탁계약을 통한 취득이 25개사였다.
삼성전자의 신청 물량이 200만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도 60만주를 신청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18만주, 신한지주는 13만주를 신청했다. KB금융은 8만주, 대한제당과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7만주의 매입을 신청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53개사가 총 98만5697주의 자사주 매입을 신청했다. 직접 취득은 10개사 31만8020주, 신탁 방식은 43개사 66만7677주다.
직접 취득 가운데 엑셈이 9만3000주로 가장 많았고 삼일과 풍강이 각각 5만주를 신청했다. 신탁 방식에서는 디지털대성이 10만주로 가장 많았으며 엔피케이와 에스트래픽이 각각 5만주, 린드먼아시아가 4만주를 신청했다.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날 코스피가 2% 넘게 급락하며 7000선을 내준 데 이어 이날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93포인트(0.27%) 내린 6870.8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03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1432억원, 1211억원을 순매수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은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93% 상승하며 전날 급락 이후 반등했지만 SK하이닉스는 0.17%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다른 자사주 매입 신청 기업에서도 일률적인 주가 방어 효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자사주 13만주 매입을 신청한 신한지주는 1.62% 하락한 10만9500원에 마감했다. 우리금융지주도 1.37% 내렸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시장에서 직접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만큼 주가 하락기에 매도 물량을 흡수하는 수급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처럼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는 상황에서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방을 일부 완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자사주 매입 신청 물량이 모두 실제 매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주식 매매 신청은 기존에 공시한 취득 계획에 따라 해당 거래일 시장에서 매수 주문을 내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신고하는 절차다. 장중 주가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실제 체결 수량은 신청 수량과 달라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하락 국면에서 자사주 매입의 주가 방어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금융 종목의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시장 하락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와 낮은 하방 베타를 보였다"며 "자사주 매입은 상승장에서의 알파 창출보다 하락장에서의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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