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기판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국내와 베트남에 총 6조7800억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투자금 지원과 중장기 공급 물량까지 확보한 뒤 대규모 증설에 나서는 구조다. AI 가속기와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차세대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28일 세종사업장 FCBGA 생산시설 증설에 4조27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베트남 생산법인도 패키지기판 설비에 2조51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외 투자액을 합하면 6조7800억원에 이른다.
세종 투자만 놓고 보면 삼성전기의 단일 제품 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 기간은 이달부터 2028년 5월까지다. 신규 생산라인은 2028년 9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AI 서버용 고부가 FCBGA다. FCBGA는 AI 가속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등 고성능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반도체에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해 칩 성능과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AI 반도체가 고성능화하면서 기판의 기술 난도도 높아지고 있다. 여러 고성능 칩을 하나의 시스템에 집적하려면 기판도 더 넓어지고 층수도 늘어나야 한다. 삼성전기가 이번 투자를 AI 서버와 고성능컴퓨팅(HPC)용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증설은 고객사의 수요를 일정 부분 확보한 상태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기존 설비 투자와 차이가 있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신규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고 중장기 공급 물량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설비를 먼저 구축한 뒤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보다 초기 투자 부담과 향후 가동률 변동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구조다.
세종사업장은 고부가·고난도 FCBGA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된다. 베트남에서도 패키지기판 설비를 확충하면서 국내외 생산능력을 동시에 확대한다. AI 서버 시장 확대에 따라 글로벌 고객들의 공급 확대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면서 FCBGA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PC와 서버용 기판보다 AI 가속기용 제품은 대면적·고다층 기술이 요구돼 진입 장벽이 높다. 제품 고도화가 빠를수록 기판 업체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대량 생산능력이 고객 확보를 좌우하게 된다.
삼성전기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AI 서버를 중심으로 FCBGA 사업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AI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부가 반도체 기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판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역량을 바탕으로 FCBGA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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