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주를 마치고도 착공하지 못한 정비사업 27곳 모두가 서울시 ‘신속착공’ 대상지 85곳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5곳(55.6%)은 착공 목표 연도가 2027년 이후로 잡혀 있어 주민들이 집을 비운 뒤에도 상당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허가와 이주 일정을 앞당기는 데 그치지 않고 공사비 협의와 자금 조달 등 실제 착공에 필요한 조건까지 함께 관리해 정비사업에 따른 주거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아주경제가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 현황을 토대로 23일 기준 이주 후 미착공 상태인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 27곳 모두 서울시가 지난 2월 발표한 ‘8만5000가구 신속착공’ 대상지 85곳에 포함됐다. 이들 27곳 가운데 2027년 착공 목표인 곳은 12곳, 기존 1만157가구이며 2028년 목표인 곳은 3곳, 897가구다. 총 15곳, 1만1054가구로 전체 이주 후 미착공 사업장의 55.6%에 해당한다.
이들 사업장의 착공 목표 시한이 이미 지난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집을 비운 뒤에도 착공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이주와 착공 사이의 주거 공백은 이어지고 있다.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것과 함께 이주 시점부터 실제 공사를 시작할 여건이 갖춰졌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신속 착공을 위한 공정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착공 물량과 사업장별 지연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정된 표준공사계약서는 이주를 관리처분인가 고시일부터 14개월 이내 완료하고, 철거는 해체 허가·신고일부터 15일 이내 착수해 착수 후 4개월 이내에 마치도록 했다. 착공신고필증 발급일부터는 15일 이내에 실제 공사를 시작하도록 정했다.
이미 이주를 마친 사업장은 남은 과제별로 해결 주체와 일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공사비 합의와 자금 조달, 행정절차 중 무엇이 남았는지를 구분하고 이주·철거 완료부터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정책 지원 이후 대기기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확인해야 연간 착공 물량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주거 공백까지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공정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8월 기준 올해 정비사업 착공 목표 3만가구 가운데 1만5000가구가 착공해 약 50%를 달성했다. 또 15차례 공정촉진회의를 통해 C등급 지연 사업장은 20% 감소하고 A등급은 9%, B등급은 1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민 이주 후 실제 착공까지 걸리는 대기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구역별 이주 완료일과 철거 완료일, 착공신고일, 실제 착공일을 함께 추적해 어느 단계에서 지연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봐야 정책 효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착공이 늦어진 사업장뿐 아니라 향후 이주·철거가 이어질 사업장의 일정까지 얼마나 촘촘하게 관리하느냐도 신속착공 정책의 과제로 남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주 후 착공이 지연되는 원인은 공사비 갈등이나 사업비 조달 문제, 행정 인허가 절차 지연 등 다양하다”며 “정비사업은 결국 조합원의 사업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추진해 필요한 절차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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