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사들이 앞다퉈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라면 이런 흐름이 좀처럼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신용카드와 삼성페이 등 각종 지급결제 수단으로 편리하게 결제하고 있어 새로운 결제수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변화를 보여주는 보다 직접적인 수치가 나왔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카드 결제의 30%를 대체하고 수수료율이 0.1%에 그칠 경우 연간 결제비용이 최대 5조1500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됐을 경우를 가정해 결제비용 절감 효과를 추산했습니다.
지난해 국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 약 1225조원을 기준으로 카드와 스테이블코인의 수수료율, 카드 결제 대체 비중을 달리해 절감액을 계산한 건데요. 쉽게 말해 현재 카드로 결제하는 금액의 일부가 수수료가 더 낮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로 바뀐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과 스테이블코인 수수료율은 보수적 시나리오에서 각각 1.1%와 0.5%,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1.3%와 0.3%,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5%와 0.1%를 적용했습니다. 카드 결제 대체율은 5%, 10%, 20%, 30%로 나눴습니다.
우선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대체율이 5%일 때 3700억원, 30%일 때 2조2100억원의 절감 효과가 예상됐습니다. 기준 시나리오에서는 카드 결제의 5%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대체되면 연간 6100억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체율이 10%면 1조2300억원, 30%면 3조6800억원에 달합니다.
수수료 차이가 가장 큰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절감 효과가 더 커집니다. 카드 결제의 10%를 대체하면 연간 1조7200억원, 30%는 5조1500억원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돌려받는 금액이 아니라 가맹점 등이 부담하는 결제 수수료의 이론적인 절감 규모입니다. 카드 이용액에 수수료 차이와 대체율을 적용한 시나리오인 만큼 실제 절감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카드의 후불결제와 부정사용 보상, 소비자보호 기능까지 제공할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신용카드 결제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카드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결제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카드사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맹점 수수료 감소가 소비자에게 무조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맹점 수수료는 포인트와 할인 등 카드 부가서비스 비용을 충당하는 주요 재원인 만큼 수수료 수익이 줄면 소비자 혜택도 축소될 수 있습니다.
또 카드 결제가 감소하면 포인트·마일리지와 승인·매입·정산, 부정사용 관리, VAN·PG 관련 비용 등도 함께 줄어들 수 있어 수수료 감소액 전부가 카드사의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수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하는 걸까요? 예산정책처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결제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달러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원화 기반 지급결제 체계의 경쟁력과 통화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올해 7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약 3123억달러로, 이 가운데 테더(USDT), 써클(USDC)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98.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거래 수단 간 경쟁은 결국 각국에서 금융혁신을 통한 금융 거래 효율성 개선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통화주권 유지를 위한 방안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위해 점진적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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