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美 대이란 경제압박 효과 가시화…원유수출 급감·리알화 사상 최저

  • UAE 등 우회 금융망까지 차단…美, 추가 경제·군사·외교 압박 시사

  • 오만도 호르무즈 통행료 구상 거부…이란 돈줄·외화 확보 통로 축소

이란 테헤란에 설치된 반미 광고판 사진EPA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에 설치된 반미 광고판 [사진=EPA·연합뉴스]
미국의 원유 수출 봉쇄와 금융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란 경제에 대한 압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원자재 분석업체 케플러가 집계한 이란산 원유 선적량은 최근 하루 약 26만배럴로, 1년 전 하루 약 170만배럴에서 크게 줄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봉쇄하면서 테헤란의 핵심 외화 수입원이 사실상 막힌 영향이다. 이란은 봉쇄 구역 밖 유조선에 수천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하고 있어 판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재 강화로 중개업체들이 거래에서 손을 떼거나 더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원유 수출을 막는 데서 나아가 이란이 제재를 우회하는 데 활용해온 해외 금융망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이란과 연계된 금융기관과 기업을 제재하면서 달러 결제와 필수품·원자재 수입을 위한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로이터는 이란 고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페이퍼컴퍼니와 미등록 유조선, 밀수 등 기존 제재 회피망을 이용하는 비용이 크게 올라 이란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지표에서도 압박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리알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220만리알을 넘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 전 달러당 약 100만리알과 비교하면 가치가 절반 이하로 추락한 셈이다.

이란 암시장 환율을 추적하는 본바스트에 따르면 리알화는 지난달 23일 하루에만 4.6% 하락했다. 리알화 가치는 이란력 새해가 시작된 지난 3월 이후에도 약 63% 떨어졌다.

물가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란의 최근 12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69.9%에 달했고 식품·음료·담배 가격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식 실업률도 봄 기준 9.1%까지 올랐으며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약 45만명 감소했다.

미국은 경제 압박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미국이 앞으로 이란에 사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수단들이 많이 있다며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압박, 외교적 압박을 거론했다.

미국은 중국에도 대이란 압박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중국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며 "중국이 우리가 요청한 사항 중 일부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왔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EU가 공식적으로 '경제 왕따 작전'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EU가 신속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들과 함께 이란의 살인 정권이 핵무기 개발 야욕과 무기 프로그램, 테러 대리세력에 자금을 대기 위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던 시도도 차질을 빚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서 환경·안보 서비스 명목의 비용을 이란과 공동 징수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수역과 수익 배분 문제에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오만이 이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이란의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

이스라엘도 이란이 경제·군사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에서 열린 이스라엘군 행사에서 "이란 정권은 현재 흔들리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약해진 상태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이스라엘의 핵심 임무라면서 "그 목표가 가까워졌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가시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의 경제 압박이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 이란 지도부가 경제난에도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강경 대응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아므르 함자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중동프로그램 디렉터는 AP통신에 "이란, 특히 혁명수비대는 아무런 대응 없이 미국의 제재에 굴복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적으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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