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파산·회생 신청이 연간 2만건을 넘어선 가운데 부산시가 채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시민을 직접 찾아간다.
상담부터 신청, 비용 지원, 사후관리까지 한 번에 잇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12월까지 100일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19일 오전 시청 국제의전실에서 ‘민생재기 원스톱 100일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찾아가는 희망상담버스’ 첫 출발을 알렸다. 이번 사업은 부산시가 지난 7월 1일 발표한 약 1조3783억원 규모의 ‘부산 민생 100일 비상조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전재수 부산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사업 추진 배경에는 급증한 지역 파산·회생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부산지역 파산·회생 신청 건수는 2022년 8263건에서 2025년 2만242건으로 늘어 처음 2만건을 넘어섰다. 3년 만에 약 2.4배로 증가한 규모다.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도 재기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시에 따르면 폐업을 결심한 소상공인의 68.5%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부채액은 8531만원에 달한다. 폐업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대출금 상환’을 꼽은 비율은 45.5%였으며, 폐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개월로 조사됐다.
시는 이처럼 빚 부담을 안고도 복잡한 절차와 비용 문제로 채무조정이나 파산·회생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시민을 직접 찾아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희망상담버스는 대형과 소형 등 모두 2대가 투입된다. 원도심(자유평화시장·부산역), 중부산권(부전역·부산대 상권), 동부산권(경성대 상권), 서부산권(산업유통단지·구포시장) 등 4개 권역 주요 거점을 2~3회씩 정기 순회한다. 다만 실제 운행은 이보다 촘촘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한민정 시 중소상공인지원과 소상공인지원팀장은 "주말을 빼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0일 동안 매일 도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권역은 굵직하게 정해뒀지만 나머지 정차 지점은 구청 협의와 시장 상인회 섭외를 통해 계속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크기도 현장 여건에 따라 활용한다. 대형 차량의 진입이나 주차가 어려운 골목상권에는 소형 버스를 투입하고, 상담 수요가 많은 곳에는 대형 버스를 배치한다. 부산역 인근 등 일반 시민의 접근성이 높은 지역도 운행 대상에 포함한다. 첫날인 19일에는 북구 지역에 버스가 배치됐다.
현장에는 부산신용보증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 담당 인력이 참여하고 BNK부산은행 직원도 동행한다. 상담 내용에 따라 법무사 등 전문인력도 연계한다.
희망상담버스의 핵심은 현장에서 모든 법적 절차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채무 상황을 진단하고 적합한 해결 방안을 찾아 전문기관까지 연결하는 데 있다. 상담을 통해 채무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파산·회생 절차가 필요한지를 우선 판단한다. 이후 신용정보와 행정정보 확인 등 심층상담이 필요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등 해당 기관에 상담을 예약하고,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면 변호사나 법무사와 연결한다.
한 팀장은 “버스에서는 기본 상담을 통해 채무조정이 맞는지, 파산·회생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방향을 잡아드린다”며 “개인정보 확인 등이 필요한 심층상담은 해당 기관에 예약하고 변호사나 법무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연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협약기관별 역할도 나눴다. 부산회생법원은 파산·회생 절차의 신속한 진행 방안을 검토·지원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신용회복위원회는 관련 상담과 신청 절차를 지원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BNK부산은행은 이동상담버스와 현장 운영을 지원한다. 부산지방변호사회와 부산지방법무사회는 심층 법률상담과 파산·회생 신청에 필요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는 상담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알지 못해 지원에서 빠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부산신용보증재단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안내도 진행했다.
시는 파산·회생 신청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임료, 서류발급비, 송달료, 인지대 등 실비를 1인당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12월까지 원스톱 서비스 200건 이상을 지원하고, 이 가운데 100건에 비용 지원을 연계한다는 목표다. 이후 정책자금 연계, 금융교육, 폐업지원사업 안내 등 후속 지원을 12월까지 이어간다.
다만 비용 지원 재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4억원으로, 이 가운데 2억원은 민간 협업분이며 실제 시 예산이 투입되는 규모는 2억원이다. 민간 협업분은 BNK부산은행의 버스 현물 지원과 법무사 단체의 상담 비용 분담 등으로 채워진다. 시비 2억원은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돼 시의회에 제출된 상태로, 오는 9월 11일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추경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감액될 경우 사업 구성도 조정될 수 있다. 상담과 원스톱 서비스 200건은 별도 예산 없이도 추진이 가능하지만, 서류 작성 대행비 등 신청 이후 단계의 비용 지원은 예산 반영 여부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버스를 활용한 파산·회생 원스톱 상담은 시 자체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사업 준비 과정에서 타 지방자치단체의 유사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파산이라는 말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엄두를 못 내는 분들이 있는데, 채무조정만으로도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상공인들이 위기를 넘길 기회가 되고, 정보를 몰라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지원과 사업이지만 이번에는 일반 시민도 대상에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전재수 시장은 "생업에 쫓기고 복잡한 절차와 비용 부담 때문에 꼭 필요한 파산·회생·채무조정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하는 시민과 소상공인이 없도록 하겠다"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부터 신청, 비용 지원, 사후관리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촘촘한 민생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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