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부동산 세제 합리화, 공급과 거래를 살려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어느 한 가지 정책수단으로 풀기 어려운 다원 고차방정식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높은 주택가격,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가격 격차, 전월세 가격 상승과 월세화, 주택공급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건설비 상승과 부동산 PF 위축까지 겹쳐 민간의 주택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8월 3일 ‘부동산 세제 합리화’를 내세운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실거주 1주택자를 보호하면서 고가주택과 비거주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는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를 주택 수보다 주택가액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부담 상한을 높인다.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바꾸는 방향이다. 주택 수가 아니라 부동산의 가치에 따라 보유세를 부과하고 실거주자를 우대한다는 기본방향은 일리가 있다. 같은 가액의 주택을 보유하고도 주택 수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유세 강화가 반드시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주택가격은 세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급, 금리, 유동성, 소득, 인구 이동과 미래가격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공급이 부족한 서울 핵심지역에서는 세금을 높이더라도 집값 하락보다는 거래 감소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의해야 한다. 비거주 주택의 세부담이 크게 높아지면 임대인이 실거주로 전환하거나 임대주택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전월세 공급이 감소하고, 보유세 증가분의 일부가 임대료로 전가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무주택 임차인의 부담이 커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은 주택 소유와 관련된 국민의 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하려는 것이지만, 사실상 과거 행위에 대한 소급 적용하는 것이어서 선량한 다수가 피해를 볼 여지가 크다.
 
보유세와 거래세의 관계도 중요하다. 부동산 보유에 적정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보유세와 거래세를 함께 무겁게 하면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기보다 계속 보유하는 동결효과(lock-in effect)가 발생한다.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단계의 세금은 오히려 낮추는 것이 경제원리에 부합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8월 13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 신속 공급대책은 세제개편안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부 스스로 최근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공급 부족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착공은 2022년 13.6만호, 2023년 10.8만호로 장기평균 18.5만호를 크게 밑돌았다. 그 결과 수도권 입주물량은 2023년 20.4만호에서 올해 10.5만호로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일반주택 착공도 장기평균의 24.3%에 불과하다. 정부는 이에 기존의 2026~2030년 수도권 135만호 착공계획에 더해 23만호+α의 추가 공급을 추진한다. 공공택지 발표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고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속도를 높이는 한편, 금융·세제·규제완화를 통해 민간 공급을 촉진하기로 했다. 방향은 옳지만 공급대책이 실제 입주물량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세금으로 단기간에 가격을 낮추려는 조급한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주택공급을 가로막고 있는 건설원가 상승과 PF 금융 경색이라는 두 가지 병목을 해소하는 것이다. 먼저 건설비 문제다. 공사비 상승은 분양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사업성 악화, 착공 지연, 재건축·재개발 추가분담금 증가로 연결된다. 정부가 국제 원자재가격이나 임금을 직접 낮출 수는 없다. 그러나 불필요한 건축규제와 과도한 기부채납·부담금을 합리화하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금융비용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자재 유통구조와 공사비 산정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가격을 행정적으로 억제하기보다 주택 한 채를 짓는 데 들어가는 총사업비를 낮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PF 정상화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PF 보증·자금공급을 26.3조원에서 47.8조원+α로 확대하고, 착공예정 물량이 가장 적은 2027년에는 PF 보증 33조원을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지원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자금이 사업성이 있는 현장으로 흘러가느냐이다. 정상 사업장은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원활하게 전환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반면, 사업성이 없는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부실 PF까지 정부 보증으로 연명시키는 것은 금융부실을 미래로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살릴 사업장은 빨리 살리고 정리할 사업장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PF 정상화의 원칙이어야 한다.
 
부동산 세제개편의 방향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 보유세는 주택 수보다 가액 중심으로 단순화하되 급격한 인상보다 예측 가능한 중장기 정상화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보유세 정상화와 함께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단계 세금은 낮춰 주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실거주자를 보호하더라도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세제를 세밀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넷째, 수도권 과열지역과 인구감소·미분양에 시달리는 지방에 동일한 세제 처방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결국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세금을 더 걷는 것도, 공급목표 숫자를 늘리는 것만도 아니다. 세제·공급·금융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보유에는 합리적인 비용을 부과하되 거래에는 길을 열고, 건설원가와 금융비용을 낮춰 공급에는 속도를 내야 한다. 부동산 세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세금으로 집값을 누르는 데 있지 않다. 투기를 억제하면서도 주택이 필요한 곳에 충분히 공급되고 필요한 사람에게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시장을 억누르는 세금이 아니라 시장을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세금, 그것이 지금 필요한 부동산 세제 합리화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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