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답 가운데 하나가 의외로 우리 발밑에 있다. 아니, 우리 머리 위에 있다. 바로 숲이다.
국회에서 23일 열린 「숲에서 찾는 K-포레스트 퀀텀점프 전략 토론회」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산림은 환경보호의 대상 또는 규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숲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제 숲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녹색 공장이며, 미래 산업의 원료 창고이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플랫폼이며,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 자산이다.
이날 기조발제에 나선 김택환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은 “오늘이 바로 임업 주권을 내세운 첫날”이라며 “220만 산주와 61만 임업인의 권리 신장과 소득 증대를 위해 농식품부와 산림청 간 칸막이를 허물고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림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숲을 국부의 원천으로 활용해 왔다.
대표적인 나라가 핀란드다. 핀란드는 국토의 75% 이상이 숲이다. 세계 최대 제지 기업 가운데 하나인 우피엠(UPM)과 스토라엔소(Stora Enso)가 모두 핀란드에서 탄생했다. 이 나라는 목재를 단순히 벌목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았다. 종이와 펄프 산업을 넘어 바이오연료, 바이오화학, 친환경 건축자재 산업까지 발전시켰다. 핀란드 경제의 뿌리에는 언제나 숲이 있었다.
스웨덴 역시 마찬가지다.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산림 관리 국가다. 벌목을 하면서도 동시에 조림을 실시해 숲의 총량을 유지한다. 숲은 보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경제의 원천이다. 이케아(IKEA)가 사용하는 목재 공급망 역시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 철학 위에서 운영된다. 스웨덴은 숲을 지키면서도 돈을 버는 나라다.
독일은 또 다른 모델을 보여준다. 독일은 흑림(Black Forest)으로 상징되는 숲의 나라다. 독일 임업은 단순한 생산 산업이 아니라 문화와 관광, 생태 교육이 결합된 종합 산업이다. 산림을 통해 관광 수입을 올리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며 환경 보전까지 달성한다. 독일인들은 숲을 경제와 환경이 만나는 공간으로 이해한다.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역시 비슷하다. 알프스 산림은 단순한 경관 자원이 아니라 관광산업과 산악경제의 핵심 기반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건축물에 사용되는 목재 상당수가 이들 국가의 지속 가능한 산림 정책에서 나온다.
북미로 눈을 돌려보자.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산림국가 가운데 하나다. 국토의 약 38%가 산림이다. 캐나다의 산림산업은 수십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목재, 펄프, 종이뿐 아니라 바이오에너지와 탄소산업까지 연결된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배출권 시장과 연계해 산림을 새로운 경제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국립공원과 국유림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목재산업, 산림관광, 레저산업, 산림복원 산업 등을 통해 막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미국 산림청은 산림을 관리하는 기관인 동시에 거대한 경제정책 기관이기도 하다. 옐로스톤과 요세미티, 그랜드캐니언은 자연유산인 동시에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선진국이 숲을 바라보는 철학이다.
그들은 자연과 경제를 대립시키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개발과 보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 보전 없는 개발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활용 없는 보전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숲을 잘 활용해야 숲도 오래 살아남는다.
박은식 산림청장이 토론회에서 "산림을 자연이냐 자원이냐로 구분하기보다 경제적·환경적 가치가 모두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에는 산림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
산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탄소흡수원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앞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확대될수록 숲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석유를 가진 나라가 부자였다면 미래에는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나라가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AI 시대다.
인공지능은 보이지 않는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엄청난 전력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고 AI 연산이 증가할수록 전력 수요는 폭증한다. 전력 소비가 늘어날수록 탄소 문제도 커진다. 결국 AI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산림은 필수적인 전략 자산이 된다.
오늘날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산림 복원 사업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숲은 이제 환경 운동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산림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 산림의 대부분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위치해 있다. 산림관광, 산림치유, 목재산업, 임산물 산업, 바이오산업, 산림문화산업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지역 일자리가 늘어난다.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지방을 살리는 길은 반드시 대규모 공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숲도 산업이 될 수 있다.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의 국부는 공장에서 나왔다. 정보화 시대의 국부는 데이터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탄소중립 시대와 AI 시대의 국부는 어디에서 나올 것인가.
필자는 그 답 가운데 하나가 숲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조림 성공국가다. 전쟁 이후 황폐했던 국토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녹색국가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그 성공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숲을 단순히 지키는 나라에서 숲으로 성장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산림은 더 이상 변방의 정책이 아니다.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AI와 바이오가 미래 산업이라면 산림은 이들 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토대다. 숲은 자연이면서 경제이고, 환경이면서 산업이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자산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이제 새로운 국가 비전을 고민해야 한다. 그 비전의 한가운데에는 산림국부론이 있어야 한다. 숲을 지키는 나라를 넘어 숲으로 번영하는 나라, 자연과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나라, 그리고 인간과 문화와 자연이 함께 성장하는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이 나아갈 새로운 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