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아시아의 영성(Spiritual Asia) ⑪] 불과 빛의 종교, 조로아스터교는 왜 중요한가

  • 인류 문명을 바꾼 가장 오래된 영성의 불꽃

오늘날 세계는 다시 문명의 방향을 묻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며 인간의 노동과 판단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이 반드시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공동체는 약해지고, 정보는 넘쳐나지만 진실은 오히려 찾기 어려워졌다.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혐오와 분열은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인류는 다시 가장 오래된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무엇이 선인가. 무엇이 악인가. 인간은 왜 정의를 추구해야 하는가.

이 질문의 뿌리를 따라 인류 정신사의 긴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고대 페르시아의 한 예언자를 만나게 된다. 그가 바로 조로아스터, 또는 차라투스트라다. 오늘날 조로아스터교는 규모 면에서는 소수 종교에 속하지만, 인류 문명사 전체를 놓고 보면 결코 작은 종교가 아니다. 오히려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신적 원류 가운데 하나이며, 선과 악, 천국과 지옥, 최후 심판과 구원이라는 인류 종교사의 핵심 개념이 형성된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로아스터는 다신교가 지배하던 시대에 등장하여 인간이 따라야 할 궁극적 진리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우주를 창조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로 아후라 마즈다를 제시했다. 아후라 마즈다는 ‘지혜의 주님’이라는 뜻을 가진다. 그는 선과 진리의 근원이며 우주의 질서를 지탱하는 존재다. 인간은 그가 제시하는 진리의 길을 따를 때 비로소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조로아스터는 가르쳤다.

흔히 사람들은 조로아스터교를 ‘불의 종교’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만 맞는 설명이다. 조로아스터교가 숭배하는 것은 불 자체가 아니다. 불은 진리와 순수성, 그리고 신성한 빛을 상징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불은 어둠을 몰아내고 거짓을 태워 없애며 자신을 희생하면서 세상을 밝힌다. 조로아스터교는 바로 그 속성 속에서 진리의 상징을 발견했다. 따라서 조로아스터교를 불의 종교라기보다 빛의 종교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조로아스터교의 가장 큰 특징은 선과 악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는 점이다. 조로아스터는 세상을 선과 진리의 원리인 아후라 마즈다와 거짓과 파괴를 상징하는 앙그라 마이뉴의 대립 속에서 이해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단순히 운명에 끌려가는 존재라고 보지 않았다. 인간은 선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악을 선택할 수도 있는 자유로운 존재이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 점에서 조로아스터교는 인류 종교사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조로아스터교는 인간에게 세 가지 삶의 원칙을 제시했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이다. 이것은 단순한 종교적 계율이 아니라 문명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윤리이기도 하다. 생각이 왜곡되면 말이 왜곡되고, 말이 왜곡되면 행동이 왜곡된다. 결국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AI 시대에 더욱 절실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이미지챗GPT 제작
이미지=챗GPT 제작

조로아스터교는 이후 페르시아 제국과 함께 거대한 세계사 무대에 등장한다. 특히 키루스 2세, 즉 키루스 대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아케메네스 제국을 건설하여 고대 세계 최대 규모의 제국을 이룩했을 뿐 아니라 종교적 관용과 문화적 포용을 실천한 군주였다. 바빌론을 정복한 뒤에도 피정복 민족의 신앙과 전통을 존중하였으며, 특히 바빌론 유수로 고통받던 유대인들에게 귀환과 성전 재건을 허용하였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그를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해방자로 기억한다. 구약성경에서도 그의 이름이 직접 언급될 정도로 그는 특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조로아스터교 정신이 역사 속 정치와 통치에 구현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키루스 대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훗날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가 역사적으로 만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이후 기독교와 이슬람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문명사의 흐름을 만들어 냈다. 세계 종교사는 때로 전쟁보다 한 사람의 관용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로아스터교는 한때 세계 최대 종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슬람의 확산 이후 많은 신자들이 인도로 이주하게 된다. 오늘날 인도의 파르시 공동체가 바로 그 후손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이 공동체는 현대 인도의 경제와 산업 발전에 매우 큰 기여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인도 최대 기업집단 가운데 하나인 Tata 그룹이다. 이 기업을 창업한 잠셋지 누서완지 타타는 파르시 공동체 출신이었다. 타타그룹은 철강과 자동차, 항공, 정보기술, 에너지, 호텔 산업에 이르기까지 인도 산업화를 이끈 상징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에도 라탄 타타를 비롯한 타타 가문은 인도 사회에서 높은 존경을 받고 있다. 이는 조로아스터교 공동체가 단순히 신앙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과 산업, 사회공헌을 통해 현대 인도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조로아스터의 영향력은 종교를 넘어 철학과 문학의 세계로까지 이어졌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자신의 대표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차라투스트라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니체가 말한 차라투스트라는 역사적 조로아스터와 동일한 인물은 아니지만, 수천 년 전 페르시아의 예언자를 자신의 철학적 상징으로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니체는 인간이 기존 가치 체계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러한 물음을 던질 상징적 인물로 조로아스터를 선택하였다. 이는 조로아스터가 단순한 종교 창시자를 넘어 인류 정신사의 거대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조로아스터교 신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선과 악의 대립, 인간의 자유의지, 최후 심판, 천국과 지옥, 구원과 메시아의 개념은 이후 세계 종교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정신은 지금도 살아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도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인도계 영국인 가문의 일원이다.

AI 시대는 인간에게 엄청난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은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여전히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를 판단하는 지혜다. 조로아스터는 3000년 전 인간에게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가르쳤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조로아스터교는 흔히 불의 종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빛의 종교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들이 숭배한 것은 불이 아니라 진리의 빛이었다. 거짓과 증오, 탐욕과 분열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그 빛은 더욱 소중해진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작은 불꽃은 3000년의 세월을 건너 오늘의 인류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가.”

인류 문명의 미래는 어쩌면 그 단순한 질문에 대한 대답 속에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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