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노동조합들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 투쟁 전선 구축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 노조 38곳이 참여를 논의하고 있다. 전체 조합원 규모만 약 8만7000여 명에 달한다. 향후 논의 결과에 따라 9만 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공동 행동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는 다음 달 초 회의를 통해 구체적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움직임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3월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 이후 원청과 계열사를 포괄하는 집단 교섭과 공동 행동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 제조업의 상징이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과 부품, 물류, 반도체, 배터리 등 수많은 산업과 연결돼 있다. 현대차그룹 생산라인이 흔들리면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안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우리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왔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과 인공지능(AI) 확산 속에서 노동자들은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다. 노조는 정년 연장과 노동시간 단축,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변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 자동차 산업은 100년 만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기업들도 미래차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자동차 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내부 갈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다. 현대차그룹은 오늘의 성공에 안주할 수 없고, 노동조합도 현재의 성과만을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세계 시장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아니라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가 경쟁하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은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배터리 기술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과거 내연기관 시대의 고용 구조와 생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사가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대결이 아니라 대화다. 노조는 파업을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회사 역시 실적이 좋을 때는 성과를 함께 나누고 미래 고용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신뢰 없는 노사 관계는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제조업 경쟁력마저 흔들린다면 국가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노사 모두 자신들의 결정이 한국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기본과 원칙, 상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해야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노동자는 안정된 일자리가 있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노사 관계 역시 결국 공존의 문제다.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함께 살아남는 길을 찾아야 한다.
현대차그룹 노사의 선택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노사 모두 눈앞의 이해관계를 넘어 10년, 20년 뒤 산업 경쟁력을 바라보는 지혜를 보여주기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립의 확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공동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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