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첫날 기준 최고 사전투표율, 국민들은 여전히 정치에 희망을 건다

 29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이 11.6%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는 역대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 기준 최고치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첫날 투표율(10.18%)보다 1.42%포인트 높고, 사전투표가 처음 도입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4.75%)와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행정복합청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전투표 하려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중구 소공동행정복합청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전투표 하려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를 곧바로 정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으로 해석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선관위도 지난 2022년 지방선거가 대통령선거 직후 치러져 상대적으로 투표 열기가 낮았던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기록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정치 불신이 깊어지는 시대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냉정하다. 국회는 대립을 반복하고 정당은 진영논리에 갇혀 있으며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투표소를 찾는다. 정치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정치가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이고 평화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투표를 통해 완성된다. 국민이 참여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오류를 바로잡고 발전할 수 있다. 높은 투표율은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나 총선보다 관심이 덜한 선거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국민 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다. 교통과 복지, 교육과 도시계획, 환경과 지역경제 정책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통해 결정된다. 주민들이 매일 체감하는 행정서비스 역시 지방행정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전투표 열기는 지방자치가 성숙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미래를 직접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이번 투표율이 던지는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은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 오히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실망하고 있을 뿐이다. 투표율 상승은 정치권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더 잘하라"는 국민의 요구일 수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정치권은 이 목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은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다. 투표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위한 행위가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시민의 책임이다.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한 표 한 표가 모여 만들어졌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도 결국 국민의 표로 선출된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투표소에서 시작된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이지만 지금까지 인류가 시도한 다른 모든 제도보다 낫다"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이유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권력을 감시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투표를 포기하는 순간 정치에 대한 비판의 권리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 기록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국민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실망이 크더라도 투표에 대한 희망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그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힘이다.
 
 
투표는 권리이자 책임이며,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의 의미를 완성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참여다. 국민의 한 표가 지역의 미래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결정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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