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증시 자금 흐름은 '반도체 블랙홀'로 요약할 수 있다. 개인·기관·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매수세가 반도체에 집중되면서 시장 전반적인 상승세가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반도체 착시'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시 거래대금 흐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코스피 전체 거래량 중 절반 수준까지 늘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와 외국인 매수세가 맞물리며 자금이 특정 종목에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까지 상장되면서 '삼전·닉스' 중심 수급 집중 현상이 한층 심화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과 기관 투자자 자금은 모두 반도체 중심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됐다. 이달 4일부터 27일까지 개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13조1720억원)였고 2위는 삼성전자(9조14억원)였다. 이어 현대모비스(1조1050억원), 두산에너빌리티(8801억원), 삼성중공업(7692억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도 삼성전자(4조9729억원)와 SK하이닉스(4조6742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SK스퀘어(1조830억원), 현대모비스(7186억원), 삼성전기(5916억원)가 뒤를 이었다. 외국인 자금은 두산로보틱스(6683억원), 삼성SDI(4023억원), 파두(3546억원) 등에 유입되며 상대적으로 분산됐지만 AI·로봇·이차전지 등 주도 업종 선호는 뚜렷했다. 시장에서는 투자 주체는 달랐지만 자금이 결국 반도체와 AI 관련 대표주로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 시장에서도 AI·반도체 테마 쏠림은 심각하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개인 순매수 1위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로 1조5470억원이 유입됐다. 이어 KODEX AI전력핵심설비(3위·7150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4위·6909억원),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5위·6673억원), TIGER 반도체TOP10(7위·5634억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개 ETF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채워졌다.
반면 코스닥과 원자재 관련 ETF에서는 자금 이탈이 뚜렷했다. KODEX 코스닥150(4726억원), KoAct 코스닥액티브(1805억원), TIGER 코스닥150(1560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1495억원) 등이 개인 순매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여기에 은선물과 금현물, 조선 관련 ETF에서도 매도세가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AI·반도체 중심의 주도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증시자금 쏠림이 더 심화될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개인 매수는 상위 종목 쏠림이 심하다"며 "고수익 종목도 소수에 더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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