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AI 수석 사퇴와 정치행, 국가 전략의 연속성 흔들려선 안 된다
아주경제 입력 2026-04-2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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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사의를 표명하고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수순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략공천 절차를 검토 중이며 부산 북갑은 여야와 무소속 유력 주자가 맞붙는 격전지로 떠올랐다.
하 수석은 민간 AI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다. 대통령실에 합류한 뒤 국가 AI 전략 조율, 부처 간 협업, 산업 육성 로드맵 정비 등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정부가 AI를 반도체와 함께 미래 성장축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전담 수석의 이탈은 결코 가벼운 인사 이동이 아니다.
더욱이 글로벌 AI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와 정부가 함께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중국은 국가 주도로 산업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과 유럽도 법·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만 정치 일정에 따라 컨트롤타워가 비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정치 참여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전문가가 국회로 진출해 산업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일은 오히려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기술을 이해하는 입법자도 절실하다. 하 수석이 국회에서 데이터 활용, 인재 양성, 규제 혁신, 컴퓨팅 인프라 확대를 추진한다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떠나느냐’가 아니라 ‘떠난 뒤에도 시스템이 작동하느냐’다.
한국의 정책 구조는 지나치게 사람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지적을 오래 받아왔다. 유능한 장관 한 명, 강한 수석 한 명이 있을 때는 속도가 난다. 그러나 인사가 바뀌면 정책 동력도 함께 꺼지는 일이 반복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 전략의 이름이 달라지고, 조직이 바뀔 때마다 기존 계획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악순환도 적지 않았다. AI처럼 장기 투자와 일관성이 핵심인 분야에서는 특히 치명적이다.
AI 산업은 1~2년 성과로 평가할 수 없다. 초거대 컴퓨팅 인프라 구축, 데이터 생태계 정비, 전력망 확충, 전문 인재 양성, 스타트업 투자, 공공 서비스 도입까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지는 국가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정책 책임자가 선거를 이유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방향이 흔들린다면 기업은 투자 결정을 미루고,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국가 경쟁력이 정치 일정에 종속되는 셈이다.
정부와 여당은 후임 인선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단순한 자리 채우기가 아니라 산업 이해도와 조정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세워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AI 정책을 개인 역량이 아닌 제도로 굳혀야 한다. 범정부 추진 체계, 연도별 예산 계획, 민관 협의 채널, 국회와의 입법 로드맵을 명문화해 누가 와도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도 정쟁 소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여야가 바뀌어도 지속될 국가 전략이라면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 반도체특별법, 데이터 규제 정비, 전력 인프라 확충, AI 인재 비자 정책 등은 정권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총력전을 벌이는데 한국 정치만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정치행은 자유다. 그러나 국가 전략은 개인의 이동과 함께 흔들려선 안 된다. AI 주권 경쟁 시대에 필요한 것은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아니라 사람이 바뀌어도 계속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이번 하정우 수석 사퇴가 또 하나의 정치 뉴스로 끝나선 안 된다. 한국 AI 정책의 내구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