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우리나라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이 증가하면서 월간 기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34개월 연속 흑자 흐름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231억9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2월까지 흑자를 거두면서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4개월 연속 흑자 기조도 지속했다.
2월 경상수지 항목별로는 상품수지 흑자는 23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89억8000만달러)의 2.6배에 달했다. 이는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수출은 70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9%나 늘었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품목별로는 통관 기준 컴퓨터주변기기(183.6%), 반도체(157.9%), 무선통신기기(23.0%) 등이 급증했다. 반대로 승용차(-22.9%)·기계류정밀기기(-13.5%)·화학공업제품(-7.4%) 등은 뒷걸음쳤다.
2월 반도체 일평균 수출액은 13억3000만 달러였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8년, 2022년 당시 일평균 4억8,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 것이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2월 조업일 수가 전년 동월보다 3일 줄었지만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상황이라 3월도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수출 지역별로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동남아(54.6%), 중국(34.1%), 미국(28.5%), 유럽연합(EU)(10.3%)에서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고 전월 감소했던 일본도 0.6% 증가로 전환했다.
2월 서비스수지는 보면 18억6000만달러 적자로 전월(-38억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이는 여행수지가 12억6000만달러 적자로 전월(-17억4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축소된 영향이다. 겨울방학 해외여행 성수기가 끝나면서 출국자 수가 줄어든 결과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1월 27억2000만달러에서 2월 24억8000만달러로 감소했다. 특히 해외증권투자 배당 수입이 줄면서 배당소득 수지 흑자가 23억달러에서 19억8000만달러로 뒷걸음쳤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2월 중 228억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8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9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86억4000만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19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감소 폭(-132억7000만달러)이 역대 최대에 달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지난 3월 경상수지는 양호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까지 운송 기간 시차에 따라 유가 급등 영향은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유 부장은 "3월 에너지류 수입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중동지역과 우리나라 간 원유 운송 시차가 있어 상당부분은 전쟁 이전 계약 물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월 이후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 수입에 반영될 수 있다"며 "미국·이란이 2주 간 휴전하고 협상 중인데 이에 따른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전쟁 종료 시기가 당겨지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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