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21일 저녁 8시. 그러나 점심 무렵부터 이미 삼엄한 경계선 바깥으로 인파가 밀려들었다.
30분이면 10개국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모로코.
국적은 달라도, 왜 여기까지 왔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티켓은 없지만 상관없다. 이 자리에 있고 싶어서 왔다.” “내 10대 시절이 여기 있다.”“이건 인생에서 다시 없을 순간이다.”
그들은 공연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이 순간’을 경험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날 행사를 단순한 콘서트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
이탈리아에서 온 한 팬은 BTS가 힘들었던 시기에 버팀목이 됐다고 했다. 스페인에서 온 팬은 BTS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고 결국 한국에 정착했다. 브라질에서 온 팬은 “이 날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새벽에 몇 번이나 깼다”고 말했다.
음악이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 음악에 얽힌 시간과 기억이 사람을 움직인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단순한 전통 민요가 아니다. 타향, 이별, 견딤이라는 한국인의 집단적 정서를 담은 노래다.
BTS는 이 정서를 현재의 언어로 끌어올렸다. 앨범의 첫 곡 ‘Body to Body’ 후반부에는 아리랑 선율이 그대로 삽입된다.
장식이 아니라 선언이다. 또 다른 수록곡 ‘They don’t know ’bout us’에서는 스스로를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 규정한다.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출발점, 정체성을 드러낸다.
타이틀곡 ‘SWIM’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속도로 나아가겠다는 태도를 담는다. 이는 아리랑의 ‘한(恨)’을 오늘의 문법으로 번역한 결과다.
그리고 앨범의 중심의 ‘NO.29’. 성덕대왕신종, 이른바 에밀레종의 울림으로 채워진 이 트랙은 전반과 후반을 가르는 기준점이다.
소리라기보다 체험에 가깝다. 들리지 않는 영역까지 이어지는 잔향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른다.
이 구성은 분명한 메시지를 갖는다.
BTS는 한국적 요소를 차용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서사를 ‘한국’이라는 시간과 감각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팬들은 노래를 듣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 서사 속으로 들어오기 위해 이동한다.
이들은 공연만 보고 돌아가지 않는다. 서울에 머물고, 거리를 걷고, 궁을 찾고, 박물관을 방문한다.
BTS를 따라 들어온 관심은 한국 전체로 확장된다.
광화문은 더 이상 하나의 장소가 아니다. 세계인이 스스로 찾아오는 문화적 교차점이 된다.
국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수년을 투자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한 곡의 노래가 그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는다.
30분 만에 10개국을 만나는 도시. 그들을 움직인 것은 정책이 아니라 서사였다.
물론 비판도 있었다. 하루 공연을 위해 약 1만5천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경찰 6,700여 명, 지자체와 소방 인력 3,400여 명, 주최 측 인력 4,800여 명. 소방차 102대가 배치됐다. 과도한 동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광화문광장 사용료는 약 3,000만 원. 경복궁과 숭례문 사용료를 포함해도 총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투입된 행정력에 비해 비용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그러나 숫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연이 하루 만에 약 1억7,700만 달러, 약 2,65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영역이다. 경제부총리는 “보이지 않는 효과는 몇 배, 몇십 배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멕시코 팬의 말이 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BTS 때문에 왔는데, 한국에 사랑에 빠졌다.”
이것이 바로 이번 광화문 공연의 본질이다.
보이지 않는 가치. 그리고 한 나라를 움직이는 서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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