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리터(ℓ)당 2000원 선에 육박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을 추진한다. 주유소 판매가격을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류세율 조정과 소비자 지원 등 추가 대책도 함께 추진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과 에너지 세제 조정, 소비자 직접 지원을 포함해 추가적인 금융·재정 지원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한 영향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07.31원으로 일주일 전(1723.04원)보다 184.27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ℓ당 1931.91원으로 같은 기간 208.87원 상승하며 휘발유 가격을 웃도는 상황이다.
정부도 제도 시행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한 고시 제정 등 관련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석유사업법은 석유 가격이 급격히 변동할 때 산업부 장관이 정제·수입·판매업자에게 가격 상·하한선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가격 통제 제도가 실제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구체적인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 내부에서는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 판매가격을 직접 규제하면 지역별 물류비와 임대료, 운영 구조 등이 크게 달라 현실적으로 통제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다음 달 말까지 예정된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도 연장되거나 세율이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21년 하반기 국제 유가 급등에 대응해 같은 해 11월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하율을 37%까지 확대했다. 이후 국제 유가 안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환원해 현재는 휘발유 7%,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0%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석유사업법에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국가가 보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 손실 보전 규모를 두고 정부도 관련 비용 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 인하가 장기화되면서 세수 감소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유류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민생 현장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 수 있는 정책을 적극 발굴해 신속히 집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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