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거시경제 지표로 볼 때, 인도네시아의 2025년 경제성과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연간 GDP 성장률은 5.11%를 기록하며 전년도 5.03%를 웃돌았다. 특히 4분기 성장률은 5.39%로 이전 분기보다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향후 경제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2025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증가했으나 중앙은행의 관리 목표 범위 내에 머물렀다. 실업률은 전년도 4.91%에서 4.74%로 소폭 감소했으며, 투자 증가율 역시 5.09%로 견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대외 부문에서도 양호한 성과가 확인되었다. 2025년 무역수지는 410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024년에 비해 약 100억 달러 증가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6.15% 성장했으며, 제조업과 광업 부문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약 40억 달러 늘었는데, 이는 국제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인도네시아의 대외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지표와 달리, 경제 부처 관료에게 있어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상황이 지난 1월 발생했다. 문제의 발단은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결정이었다. MSCI는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의 투명성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인도네시아 증시의 투자 적격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MSCI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가 제공하는 주식 보유 현황 보고서에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장 주식 중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물량, 즉 유통 주식 비율에 대한 정보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문제시했다. 또한, 일부 종목에서 담합 거래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되었음에도 그에 대한 자료가 투명하게 제공되지 않아 시장 가격 형성과 거래 메커니즘이 왜곡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MSCI는 오는 5월 정기 검토 시점까지 명확한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도네시아 시장을 재평가하리라고 경고했다. 이는 신흥국 지수 내 인도네시아 비중을 축소하거나, 나아가 현재의 ‘신흥시장’ 지위를 박탈하고 이보다 한 등급 낮은 ‘프런티어 시장’으로 재분류할 가능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시장 등급 강등은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서, MSCI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MSCI 발표가 전해진 직후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은 즉각적인 조정을 겪었다. 연초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던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8000선 초반으로 하락했다. 장중 한때 하락폭이 8%를 넘어서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규모가 약 6억5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지수 급락에 대응하여 금융시장 관리 당국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MSCI의 투명성 요구를 충족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상장사의 유통 주식 비율 기준을 기존 7.5%에서 최소 15%로 상향하리라고 밝혔으며, 투자자 유형별 지분 보유 현황을 보다 세분화해 공개하겠다고 단언했다. 또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도록 기업의 실질 소유주 정보를 MSCI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 대응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줄 행보 역시 뒤따랐다. 금융감독원 원장과 부원장이 사임했으며, 증권거래소 소장을 포함한 자본시장 자율규제기구의 최고경영진이 연이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위 당국자가 사퇴하는 사례가 드문 인도네시아의 관행을 고려할 때, 이는 금융당국이 MSCI의 문제 제기를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었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응이 진행되던 중, 인도네시아는 또 하나의 중대한 외부 충격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 주체였다. 무디스는 인도네시아의 국채 신용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인 Baa2로 유지하면서도, 신용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사회 프로그램 확대가 생산적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제약하고, 재정 적자를 확대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2022년 4.85%에서 2024년 2.29%까지 개선되었으나, 2025년 2.92%로 상승했다는 점 역시 언급되었다. 법적 상한선인 3%가 준수되었으나, 세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재정적 위험이 확대될 수 있음을 무디스는 우려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든 또 다른 요인으로는 프라보워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a)’가 지목되었다. 국영기업 배당금, 국가 효율성 예산, 기존 국부펀드 자산 등을 재원으로 출범한 다난타라는 정부 예산을 사용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대통령의 재량에 따라 자금이 운용될 여지를 확대함으로써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무디스는 경고했다.
1997년 금융위기 이전 인도네시아는 무디스로부터 투자적격 최하위 등급인 Baa3를 부여받았으나, 외환위기 후 투기 등급으로 하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투자적격 등급인 Baa3를 회복하기까지 15년이 소요되었으며, 2020년 Baa2로 한 단계 상향 조정된 후 현재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높이는 부정적 전망으로의 전환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무디스의 신용 전망 조정이 알려진 후, 인도네시아 관계 당국은 해당 결정이 인도네시아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무디스와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MSCI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용적인 대응을 신속하게 취했음을 고려할 때, 무디스의 평가에 대해서도 유사한 대응이 이루어지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무디스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난 2월 13일,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2026년 인도네시아 경제전망’ 포럼이 개최될 것이라고 예고되었다. 시기상으로 볼 때, 이 포럼에서 정책 투명성 제고나 긴축 재정에 대한 언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포럼에 참석한 프라보워는 전혀 다른 입장을 천명했다. 그의 시각은 연설문 한 구절에 집약되어 표현되었는데, 그는 “사랑하는 여러분, 인도네시아인은 바보가 아닙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국민을 비방하는 움직임에 자금을 지원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발언의 일부를 인도네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전달함으로써, 해당 메시지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했다.
프라보워는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무상급식 지원소 개소식에서도 유사한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는 무상급식 정책이 경제적 취약 계층의 삶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높은 GDP 성장률, 소비 지출 증가, 고용 지표 개선 등을 언급한 프라보워는 정부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사회적 프로그램이 재정 적자 확대 없이 추진되고 있음을 역설했다.
연설 과정에서 프라보워가 제기한 또 다른 문제는 ‘내부의 적’이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빈곤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외부 세력에 동조하는 집단이 국내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무상급식 정책에 비판적인 세력을 그 사례로 거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 세력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단정적으로 예견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그 정책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려는 집단이었다.
이러한 발언을 통해 프라보워는 무디스의 평가를 단순한 경제적 판단이 아닌 외부 세력의 간섭으로 해석했으며, 인도네시아가 부강한 국가로 도약하는 과정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존재한다는 국수주의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동시에 그는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물론 그의 행보가 전적으로 대립적인 것만은 아니었으며 무디스와의 소통의 필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MSCI와 달리 무디스의 문제 제기가 프라보워 정부의 핵심 정책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정책 조정을 통한 타협의 여지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것처럼 보였다.
이번 연설에서 프라보워가 드러낸 강력한 권위주의적 태도는 80%를 넘어서는 그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긍정적인 거시경제 지표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그러나 외부의 경고 신호를 경시하고 내부적 견제를 억압하는 상태에서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경우, 그 부정적 효과가 경제 활동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으리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서 강화되고 있는 권위주의적 경향이 향후 경제 정책 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중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 사회의 방향성을 가늠할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인류학과(학사·석사 수료) ▷호주국립대학(박사)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전 강원대 사회과학원 원장 ▷전 한국동남아학회 회장 ▷인도네시아 팟자드자란 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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