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국빈 방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룰라 대통령의 방한은 2005년 이후 21년 만이다. 양 정상은 환영식과 회담, 양해각서(MOU) 체결, 공동 발표와 국빈 만찬까지 일정을 소화하며 양국 관계의 새 전기를 모색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출발점은 지난해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였다. 당시 두 정상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후·에너지 전환, 산업 구조 전환이라는 공통 과제에 대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두 정상 모두 정치적 굴곡을 거쳐 집권에 성공했고, 실용적 국익 외교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국정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엑스(X)에 포르투갈어로 “대통령님의 길이 나의 인생 역정과 너무도 닮았다”며 “온 국민과 함께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소년 노동자 출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여정을 높이 평가하며, 개인적 공감과 존중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상 간 신뢰와 유대가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형성돼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브라질 측 역시 “짧은 만남 속에서도 신뢰가 빠르게 쌓였다”고 평가했다. 단순한 외교적 의례를 넘어, 산업 전략과 국가 발전 구상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며 개인적 신뢰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정상 간 소통 방식과 문제 인식이 맞아떨어지면서, 이른바 ‘케미스트리’가 단기간에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두 나라의 관계는 기존 무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과거의 자원 제공–완제품 수출 구조에 머문다면 상호 의존은 얕고 부가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브라질의 자원 우위와 한국의 기술 우위를 결합해 현지 가공·제조·연구개발까지 아우르는 윈윈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
K-뷰티와 콘텐츠 산업은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중남미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브라질 내 점유율도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의 천연 원료와 한국의 기술력·품질 관리 시스템이 결합하면 공동 개발 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양국 협업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우주·방산·바이오 분야 역시 전략적 협력의 핵심이다. 항공·우주 인프라와 제조 기술의 결합, 바이오시밀러 공동 연구·생산, 디지털·AI 협력 확대는 장기적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면, 산업 협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통합 협정도 검토해야 한다. 제도적 기반이 없으면 기업 협력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은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는 실행 로드맵과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브라질은 아시아 전략을 재정비하며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 이는 한국에 중요한 기회다.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공동 혁신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정상 간 케미스트리는 외교의 출발점이자 촉매일 뿐이다. 개인적 신뢰와 공감대가 산업·투자·기술 협력으로 이어지고, 제도와 정책으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질적 성과로 완성된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두 정상의 호흡이 구체적 협력 모델로 이어지는지를 이번 정상회담이 시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이 자원과 기술, 신뢰와 전략이 결합된 공동 성장 모델의 실질적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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