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10조 달러 '트럼프 효과'의 부메랑 — 미국 중심 통상질서의 변곡점

“Wherever law ends, tyranny begins.” — John Locke 

법이 멈추는 곳에서 전횡이 시작된다는 존 로크의 경구는 2026년 2월 20일(현지시간) 내려진 미 연방대법원 판결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다. 

대법원은 6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전면적 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수입을 ‘규제(regulate)’할 수 있다는 포괄적 문언만으로, 사실상의 조세인 관세를 대통령이 재량으로 부과·조정할 권한까지 위임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이 과세와 외국통상 권한을 원칙적으로 의회에 귀속시키고 있는 구조를 감안하면, 경제·정치적으로 중대한 조치는 명확한 위임 없이는 허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의 이념 대립을 가른 사건이 아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권력이 행사되는 경로를 바로잡은 결정이다. 트럼프 2기 들어 관세는 통상정책을 넘어 협상과 압박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펜타닐 유입, 무역적자, 국가안보 등 광범위한 명분 아래 관세는 즉각 부과됐고, 협상 국면에 따라 조정됐다. 관세는 점차 준제재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비상법에 기대어 이런 권한이 상시화될 경우, 통상은 규칙이 아니라 재량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이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즉각 발효를 선언했다. 122조는 국제수지 불균형을 이유로 최대 15%, 150일 한시라는 명확한 제약을 둔 장치다. 형식적으로는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온 조치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반발과 분풀이에 가까운 대응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대법원 판단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세계 경제에 전가한 셈이다. 

이 장면은 통상정책이 얼마나 쉽게 감정과 정치에 휘둘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책의 정당성은 속도나 강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권한이 어떻게 행사됐는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에서 나온다. 헌정질서는 정책 추진을 늦추는 장애물이 아니라, 그 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토대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국제질서에 남기는 장기적 파장이다. 미국이 전후 통상질서에서 제공해 온 가장 중요한 공공재는 군사력이나 시장 규모만이 아니었다. 예측 가능한 규칙, 명확한 절차, 제도적 일관성이 미국 중심 질서의 신뢰를 떠받쳐 왔다. 그러나 관세가 다자 합의나 국내법 절차의 산물이 아니라, 행정부의 즉흥적 판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그 신뢰는 흔들린다. 상대국과 기업은 미국의 통상정책을 규범이 아니라 정권의 선택으로 해석하게 된다. 

그 결과 협상은 장기 합의보다 단기 거래로 기울고, 질서는 제도보다 힘에 더 의존하게 된다. 이는 미국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제도적 자산을 스스로 소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THE TRUMP EFFECT’로 포장한다. 트럼프 복귀 이후 민간·해외 투자가 총 9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국가 단위 약속과 기업 투자 계획이 대거 나열된다. 숫자는 크고 인상적이다. 그러나 투자 약속의 총액이 곧 제도적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부는 기존 계획의 재분류일 수 있고, 일부는 조건부·장기 약속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이 투자가 어떤 통치 방식 위에서 만들어졌느냐다. 관세를 지렛대로 한 개별 기업·국가 압박이 통상규범을 대체하는 순간, 미국의 질서는 규칙 기반에서 거래 기반으로 이동한다. 단기 성과가 장기 신뢰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관세 규모가 커질수록 법적 토대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 정부는 관세가 향후 수조 달러의 재정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바로 그 규모가 의회의 명확한 위임을 요구하는 근거가 된다.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를 둘러싼 소송 가능성은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낳고 있다. 정책이 거대해질수록 법적 리스크도 함께 증폭된다. 

국제질서의 관점에서 관세정치의 확산은 다자주의 붕괴라기보다 제도 신뢰의 침식에 가깝다. 법률의 문언과 한계를 우회하려는 시도가 반복되면, 미국의 통상정책은 ‘규칙’이 아니라 ‘전술’로 인식된다. 이는 동맹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동맹은 안보뿐 아니라 규범의 예측가능성 위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미국 통상질서의 변곡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관세는 앞으로도 계속 활용될 것이다. 그러나 그 관세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회의 통제를 전제로, 명확한 절차에 따라 부과되는가가 향후 질서의 방향을 결정한다. 

세계는 지금 미국이 어떤 답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 권력의 일탈을 한 정치인의 실패로 정리할 것인지, 아니면 헌법정신과 통상질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연방 대법원의 국가별 상호관세 무효화에 대응한 조치로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글로벌 관세 부과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연방 대법원의 국가별 '상호관세' 무효화에 대응한 조치로,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글로벌 관세' 부과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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