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BTS가 던진 질문, 서울 뉴욕 런던이 답하다.

“WHAT IS YOUR LOVE SONG?”
서울 성수, 뉴욕 맨해튼, 런던 워털루 도심 한복판에 걸린 문장이다.
설명은 없었다. 브랜드도, 제품도, 날짜도 없었다. 오직 질문 하나. 사람들은 걸음을 멈췄고, 서로에게 물었다. “너의 러브 송은 뭐야?”
 
 
며칠 뒤 그 질문의 주인공이 드러났다. 방탄소년단(BTS), 그리고 신보의 제목은 ‘ARIRANG’.이 장면은 단순한 앨범 마케팅이 아니다. 이것은 K-헤리티지의 수출 방식, 더 정확히 말하면 ‘문화 전략의 문법’이 바뀌는 순간이다.
 
사진빅히트 뮤직
[사진=빅히트 뮤직]

 
우리는 그동안 전통을 해외에 소개할 때 늘 설명을 앞세웠다. 아리랑이 무엇인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 왜 소중한 문화유산인지 논리적으로 설득해 왔다.
그 방식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에서 감정의 속도는 설명의 속도보다 빠르다. 설명은 이해를 만들지만, 질문은 참여를 만든다.
 
 
이번 캠페인은 질문의 방식이었다.
“당신의 러브 송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한국을 말하지 않는다. 아리랑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대신 개인의 기억을 건드린다. 첫사랑, 이별, 위로, 상실.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의미는 나중에 따라온다.
전통을 가르치지 않고, 감정을 호출했다.
 
 
이 점이 결정적이다.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기억을 연결하다
아리랑은 하나의 고정된 곡이 아니다. 수천 개의 가사와 수백 개의 선율이 겹쳐진 감정의 구조다. 이별과 이동, 상실과 재회의 정서가 세대를 건너 반복된다.
 
 
러브 송은 개인의 기억 데이터다. 사랑과 상처의 경험이 노래 속에 저장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전략적 통찰은 여기에 있다. 개인의 기억(러브 송)을 호출함으로써 집단의 기억(아리랑)으로 자연스럽게 접속하게 만든 것이다.
전통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기에 오히려 전통의 구조가 작동했다. 설명하지 않았기에 통했다.
 
 
장소 선택도 상징적이다. 타임스퀘어, 브루클린, 워털루, 성수. 공연장도, 박물관도 아니다. 일상의 공간이다.
이것은 문화의 공간 전략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K-헤리티지는 더 이상 ‘전통의 공간’ 안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 글로벌 서사의 일부가 된다.
 
 
QR 코드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러브 송을 남길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 역시 중요하다. 관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다. 참여자는 곧 확장자다.
문화는 전시물이 아니라 네트워크가 된다.
 
그래픽노트북LM
[그래픽=노트북LM]

 
우리는 오랫동안 전통을 ‘보존’의 언어로 다뤄왔다. 물론 보존은 필수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의 무대에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역량이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
전통은 주장할수록 닫히고, 질문할수록 열린다.
 
 
이것이 이번 캠페인이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BTS가 보여준 것은 전통의 소비가 아니다. 전통의 작동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사례다. K-팝이라는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아리랑의 정서를 보편적 감정의 언어로 번역했다.
 
 
도시를 덮은 문장은 하나의 문화 실험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러브 송을 떠올렸고, 그 순간 각자의 기억은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 올라섰다.
전통은 설명 속에서 살아나지 않는다.
질문 속에서 살아난다.
이제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K-헤리티지를 계속 설명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에 질문을 던질 것인가.
 
“WHAT IS YOUR LOVE SONG?”
 
어쩌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한국 문화 산업의 다음 성장 전략일지 모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