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의 AI 도입 경쟁은 점점 속도전을 닮아가고 있다. 누가 먼저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얼마나 많은 업무를 자동화했는지, 얼마나 빠르게 성과를 냈는지가 성취처럼 포장된다. '선도 도시' '최초 도입'이라는 수식어가 정책 홍보의 중심에 선다. 그러나 행정에서 속도는 성과의 증거가 아니다. 특히 AI처럼 판단 구조를 바꾸는 기술에서는 더 그렇다. 빠른 도입이 반드시 좋은 도입은 아니다.
AI는 도로를 깔듯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도입하는 순간, 행정의 판단 기준과 책임 구조가 함께 움직인다.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지, 무엇은 남겨둘 것인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디서 멈출 것인지가 동시에 결정된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속도만 앞세우면, AI는 혁신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지방행정에서 속도 경쟁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조건의 차이다. 지역마다 데이터의 양과 질이 다르고, 행정 역량과 인력 구조도 다르다. 수도권과 같은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지방의 AI는 편향과 누락을 더 쉽게 낳는다. 준비되지 않은 자동화는 효율을 높이기보다 갈등을 키운다. 그 결과는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정책 실패로 돌아온다.
그런데 선거 국면에서는 이런 질문이 쉽게 밀린다. 빠르게 보이는 정책이 유능해 보이고, 조심스러운 접근은 소극적으로 비친다. 그러나 행정은 쇼가 아니다. 특히 AI 행정은 한 번 잘못 설계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시스템이 굳어지고, 관행이 되며, 책임은 흐려진다. 속도는 되돌릴 수 있지만, 잘못된 방향은 비용을 남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AI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얼마나 빨리 도입하겠는가가 아니라, 어디까지 도입하지 않겠는가다. 무엇을 자동화하겠다는가가 아니라, 무엇은 끝까지 사람이 판단하겠다는가다. 속도를 말하는 후보보다, 경계를 설명하는 후보가 더 준비된 리더일 수 있다.
AI 도입의 방향이 분명한 행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느려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판단의 기준과 책임의 선이 명확하면, 오류가 발생해도 수정할 수 있다. 반대로 방향 없는 속도는 처음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문제가 생기는 순간 멈출 줄 모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아주경제가 말하는 'AI 선수'는 가장 빨리 뛰는 사람이 아니다. 어디로 뛰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다. 속도를 통제할 줄 알고, 방향을 설명할 수 있는 리더다. AI를 앞세우되, 그 앞에 기준을 세우는 리더다.
6·3 지방선거는 누가 더 빠른지를 가리는 선거가 아니다. 누가 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지를 묻는 선거다.
AI 시대의 지방정부에 필요한 것은 가속 페달이 아니라 나침반이다.
AI 선수를 뽑는다는 것은, 바로 그 방향 감각을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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