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캐나다가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2022년 록히드마틴으로부터 F-35 스텔스 전투기 88대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6대의 구매를 우선 확정했지만, 나머지 물량에 대해 추가 구매를 이어갈지 혹은 대체 기종으로 전환할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는 대안으로 스웨덴 사브(Saab)가 제작한 JAS-39 그리펜 전투기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펜은 4세대 전투기로, 현재 캐나다 공군이 운용 중인 보잉 F/A-18 호넷 전투기의 대체 기종으로 거론된다.
캐나다가 F-35 구매 계획 재검토에 나선 배경에는 전투기 인도 시점 지연과 급격한 비용 증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당초 계약 이후 전체 사업 비용은 수백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캐나다를 상대로 무역과 외교 분야에서 강경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경제·외교적 압박과 캐나다 병합 취지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경색되자 캐나다 내부에서는 안보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빈센트 리그비는 "캐나다의 많은 정책 결정자는 워싱턴의 수위 높은 발언들 탓에 양국의 국방 관계를 재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과 매우 긴밀하게 북미 대륙을 방어하고 있지만 그들은 우리를 정말 어렵게 몰아넣는 말과 행동을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여론조사기관 에코스 폴리틱스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가 F-35와 그리펜을 혼합 운용하거나, 향후 전력 도입을 그리펜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반면 F-35를 주력 전투기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다만 캐나다 내에서도 F-35를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를 4세대 기종인 그리펜으로 대체할 경우 전력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캐나다 매니토바대 국방·안보연구센터 소장인 안드레아 샤론은 캐나다 조종사들이 잠재적 적국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최첨단 전투기를 운용해야 한다며 F-35 계약을 예정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캐나다에 대해 조속한 구매 결정을 내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피트 훅스트라 주캐나다 미국 대사는 지난달 26일에 CBC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F-35를 구매하지 않을 경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노라드)는 개편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도 "캐나다가 F-35 투자를 크게 줄인다면 북미 방어 구조에 중대한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라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번 F-35 논란과 별개로, 캐나다가 2030년까지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향후 방산 조달 시장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경우 유럽은 물론 한국 등 다른 국가 방산업체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리그비는 "우리가 점차 더 생각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미국으로부터 구매를 줄이고 우리의 군사 관계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유럽, 인도·태평양, 한국 같은 나라들에서 더 많은 장비를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큰 전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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